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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치남 Jul 14. 2024

나는 중국에서 결혼하고 중국에서 이혼했다. 04

한국과 다른 중국 이혼법

  중국에서의 합의 이혼은 한국보다 간단하다. 중국은 결혼 신고와 이혼을 모두 주소 소재지가 있는 민정국이라는 정부기관에서 관할한다. 대한민국의 동사무소쯤 되는 듯하다. 우리도 15년 전에 민정국에 가서 신고를 하고 빨간색 결혼증을 각각 받았었다. 그때만 해도 온 세상이 우리 것 같았고 꽃길만 걸을 줄 알았다. 결혼증은 중국 대학교에서 발급받았던 학생증과 똑같은 크기에 겉표지에 글자만 '결혼증'이라고 쓰여있었다. 열어보니 두 사람의 결혼사진 위에 도장이 박혀 있었다. 


  중국은 외도에 대해서 매우 엄격하다. 그래서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호텔에 가려면 결혼증을 제출해야 한다. 룸사롱 여직원과 호텔에 갔다가 공안(중국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서 대기업에서 쫓겨나서 귀국조치 된 한국인도 있었다. 


  합의 이혼은 신청서를 제출하고 결혼증을 반납하면 끝이다. 한국과 달리 조정기간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이혼 소송은 복잡하다. 그래서 이혼 소송 경험이 있는 박사장에게 중국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변호사 사무실은 생각보다 단출했지만 깔끔했다. 변호사는 30대 후반쯤 돼 보였고 네이비 양복을 입었는데 몸이 단단해 보였다. 


  "환영합니다. 박사장님한테 이야기는 사정 이야기는 대충 들었습니다. 일단 앉으시죠."

  "네. 감사합니다."

  "사건을 맡기시려고 하는 게 아니고 상담만 받고 싶으시다고요?"

  "네. 제가 경제적으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수임비 감당이 안됩니다."

  "네, 그러시군요. 그럼 간단하게 제가 몇 가지 질문을 할게요."

  "네"

  "재산 분할은 어떻게 하실 거죠?"

  "분할할 재산도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전 다 포기하겠습니다."

  "자녀 양육권은요?"

  "아내가 원하는 데로 해주겠습니다."

  "네. 그럼 이 사건은 아주 단순한 이혼소송이 되겠군요. 가장 힘든 게 재산분할과 양육권 문제거든요."

  "아, 그런가요?"

  "네. 하지만 아내분이 강경하게 이혼을 반대하신다고요?"

  "네. 몇 번 만나 이야기를 해봤지만 결사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많으시군요?"

  "네. 전 그 사람과 이제는 그만 인연을 끊고 싶습니다"

  "아내 분이 그렇게 반대하시면 1차 소송에서는 패소할 것입니다."

  "아, 그래요?"


  갑자기 현기증이 몰려왔다. 


  "하지만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6개월이 지나면 2차 소송을 하실 수 있고 판사가 무조건 이혼 판결을 내려 줄 겁니다."

  "네? 그게 사실입니까?"

  "네. 6개월이 지나도 또 소송을 하는 것은 더 이상 함께 살려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판사가 협의를 조정하고 이혼 판결을 내려줍니다. 다만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문제가 걸려 있으면 복잡해지는데 선생님은 그것도 없으니 그저 그때까지 잘 버티시기만 하면 됩니다." 

  

  순간 한줄기 빛이 나에게 비추는 듯했다. 이제 정말 그녀와의 지겨운 인연의 끈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상담비로 1시간에 한국돈 50만 원을 지불했지만 아깝지 않았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일어서는데 이혼소송 절차를 상세하게 적은 프린터물도 선물로 주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법원을 나오는데 아내의 매서운 눈빛과 마주쳤다. 원래 눈꼬리가 올라가서 무표정으로 있어도 차가워 보였던 아내는 화가 나거나 기분이 언짢으면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사납게 변하곤 했다. 중국 여자들이 드세다는 말은 우수개 소리가 아니었다. 우리가 이혼을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것은도 신혼 3개월차 부터였다. 법원에 가서 서류를 쓰고 찢어버린 경험도 있다. 


  '어디서부터였을까? 우리가 어긋나기 시작한 시점이...'


  다음회 : 처가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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