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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Feb 16. 2024

뭐가 되고 싶냐고?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될 것이냐는 물음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듣던 소리다. 사실은 지금도 내가 자신에게 더러 묻는 말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당연하게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지금은 글을 조금만 더 잘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나이 먹어서 글로 밥 벌어먹을 생각이야 하겠냐만, 그래도 작가라는 소리는 듣고 싶다.  

    

우리 마누라님은 내가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자신의 동네 친구에게, 영감이 글 쓰는 사람이라고 해버린 모양인데 그게 영 마음에 걸린다. 궁리 끝에 아는 분을 통해 인디자인 공부를 했고 그것으로 책을 몇 권 만들기는 했는데 그걸 작가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일이어서 요즘은 입을 봉하고 있다.    

  

요즘은 명상 공부를 좀 할 생각이다. 화두는 ’너 자신을 알라‘ 가 알맞을 것 같다. 아무나 붙잡고 글 쓴다고 뻥 치지 말고 말년을 정갈하게 사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      


밖을 내다보니 탐스러운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사무실 창을 통해 이 눈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여유작작하고 온전한 모습인데, 조금 전에 점심 먹고 오면서 바라본 눈 내리는 풍경은 허망했다. 탐스럽게 보이는 눈송이는 땅에 닿는 순간 다 녹아서 눈이 앉은 자리는 완전히 비 내려서 젖은 대지(大地) 이상은 아니었다. 

땅에 닿기 직전까지는 탐스러운 눈송이였던 것이 땅에 닿는 그 찰나에 물로 변하는 그 변신을 어떻게 해석하는 게 옳을까? 아름다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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