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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Sep 23. 2024

주둥이로만 거시기를 하면 손(孫)이 귀하다

갑자기 날이 어두워진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것이다. 당연하게 그 구름은 비를 머금고 있다. 

어?, 하는 순간 비가 쏟아진다. 아니, 내가 잘못 봤다. 아직은 구름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이러면, 비가 내릴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명징(明徵)한 근거를 손에 들고 유추(類推) 해석할 수 없다면, 머리와 수염이 하얀 인간은 모두 다 도사여야 한다고 우기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겠다.  

    

나? 지금까지 책을 읽고 있었다. 무슨 책? 김정운 교수가 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내용? 아주 뻥이 심하다. 그게 마음에 든다. 유시만 작가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글쟁이다. 

왜? 그건 짧게 설명해서 될 일이 아니다. 궁금하면 그 양반들이 쓴 책을 한 권 말고 여러 권을 사서 읽어봐!     

그 두 분은 글도 그렇지만 입도 야무지다. 뭐가 됐든, 둘이 한 번 붙으면 누가 이길까? 긍~게! 

그러나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뱉으면 안 된다. 드러내놓고 싸움을 붙이는 짓은 곤란하다.

한 분은 감옥행을 불사하는 전투도 마다찮을 것 같은데, 다른 한 분은 잘 모르겠다. 

    

가만 생각하니 이 짧은 생(生)을 맨날 사람 좋다는 소리만 듣고 살 수만은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세상의 인심은, 무심하게 내뱉는 것과 한쪽 눈을 감았다가 이내 뜨는 것을 하늘과 땅의 차이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 중 하나를, 선동꾼으로 몰고 갈 우려가 있는 인간들이 주위에 널브러졌다는 뜻이다. 

그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복불복이 적용될 죄명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항상 알았었다. 그걸 결정할 인간이 어느 놈인지도 다들 알고 있었다.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들으니 그런 소리 중 틀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다.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내가 존경하는 두 작가 중에 이런 분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주둥이로만 거시기를 하면 손(孫)이 귀하다.”     



2024. 0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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