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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Oct 07. 2024

내 나이가 몇인데?

몸이 편치 않다. 예전같이 훨훨 날 것 같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최소한 내가 왜 이러지 하는 한탄은 안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런 희망이 허황하다는 것을 느낀다. 금방 다가올 겨울이 두려운 것하고 같은 맥락이다. 하루를 보내는 게 두렵다는 생각이 얼마나 맥 빠지는 일인지를 알겠다.  

   

얼마 전부터 창문만 열어놓으면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견딜 수 있을 정도다. 여름은 이렇게 허망할 정도로 쉽게 물러가 버렸다. 우리를, 텅 빈 교실에 혼자 남아 눈물을 찍어내게 하던 사춘기처럼, 시간은 이렇게 지나가는 것이다. 가슴에 뻥 뚫린 구멍으로 찬바람이 밀려든다.  

   

잠깐, 그래 아주 잠시 책을 읽었을 뿐인데 눈이 뿌옇게 흐려지는 게 앞을 볼 수가 없다. 이건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내 일상이 되어버렸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고개 떨구고 낙담하지 않게 되었다고 아픔까지 없어진 건 아니다. 항상 지울 수 없는 통증이 괴롭다.    

  

그런데도 나는 절망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이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어딘가를 향해 허우적거리는 내 몸짓이, 숨이 멈추기 전까지는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인 것 같아서 나 자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거나, 글을 써놓고 다시 읽어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그리 낙담할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지라도, 그래도 나는 뭔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넋조차 놓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말이다.     


오늘은 10월 6일이다. 겨우 10월 6일에 불과한 거다.

며칠 전에만 해도 에어컨을 켜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모든 창문을 다 닫고 겨우 한 대 돌리던 선풍기까지 끄고 앉아 있는 게 자연스러워서는 안 된다.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가을은 슬그머니 먼발치로 비켜서 버렸다. 어? 하는 순간 뺨을 스치는 바람이 아프구나, 하는 순간 나는 한 살을 더 먹게 된다. 이 나이가 적어서 한 살을 더 먹어야 한다는 밀인가?   

   

나! 지금 나 자신을 동정하는 거야? 내 나이가 몇이냐고?     


     

2024.10.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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