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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nogoodnw Nov 07. 2024

감사 인사

안녕하십니까? 민동우입니다.

바쁘신 중에 보내주신 위로가 큰 힘이 되어, 할아버지 잘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제 기억 속의 할아버지 참 꼿꼿한 분이셨습니다. 90이 넘은 나이에도 우렁찬 목소리에, 당당한 걸음걸이를 갖고 계셨습니다. 오랜만에 찾아뵈면, 항상 허리 곧게 피고 앉으셔서는, ‘민동우 장가가야지!’ 집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외치셨습니다. 할아버지 뵙고 돌아갈 때면, 엄마 아빠 동생한테 항상 '우리 할아버지는 100살도 넘게 사실 거야' 하고 말했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장군다운 분이셨습니다.


올 초 무언가 느끼셨는지, 자꾸만 당신 가신 후를 말씀하셨습니다. 선산에 있는 가묘 정비를 지시하시고, 비석에 들어갈 문구도 정하셨습니다. 으레 하시던 것처럼, 그저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시는 건가 싶었는데, 계획하신 때가 온 건지, 얼마 아프지도 않고는 그 당당한 걸음으로 얼른 가버리셨습니다. 할아버지, 요즘 말로 J 셨거든요. 수십 년을 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아침 드시고, 매일 집안 청소하시고, 요일 별로 할 일 다 정해져 있는 분이셨는데, 아마 당신 가시는 때마저 계획대로 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 안 듣는 손자 장손이라고 참 많이 예뻐해 주셨는데, 이제는 그 ’장가가야지’ 소리 듣지 못하게 되어 참 아쉽습니다. 겉으론 무뚝뚝해 보여도, 정이 많은 편인지라 할아버지 보내드리는 일이 참 슬펐습니다만, 보내주신 위로 덕에 빈소에서 너스레도 떨고, 웃으면서 슬픔을 한편에 둘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보내주신 위로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한 분 한 분 찾아뵘이 도리이나, 우선 짧은 글로 대신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 비석에 넣을 문구 정할 때 제가 썼던 글귀 함께 적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숨을 붙여주시어

그저 마시고 뱉는 것이 삶인 줄 알았으나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이 삶이 아님을

지난한 100년 세월로 몸소 알려주셨네.


자식이 부족하여 그 숨 멎어서야

거대한 그 삶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부모님 따라 저희도 삶답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민동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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