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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 Nov 11. 2023

디자인은 제품의 첫 번째가 아니다

디자인이 삼천포로 빠지는 이유


작업물이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잦다면, 본인이 제품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의 그래픽 디자인 포트폴리오에는 기획 과정 일부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고객 분석 및 목적부터 콘셉트 등의 내용이 해당된다. 경력사항으로 실력을 입증하기 힘든 주니어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이 구성은 실무 기획 프로세스와 큰 흐름이 유사하지만, 많은 디자이너에게는 중요한 파트가 아니다. 그저 작업물의 밀도를 높아 보이게 만들 의무 구성 중 하나로 여겨진다. 문제는 포트폴리오 밖에서도, 무의식 중에 기획을 그와 동일하게 정의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그랬다.



남성 뷰티샵 로고가 자동차 로고 모양새로 마무리된 적이 있다. 작업을 하다 비주얼에만 빠져 점점 본질을 잃어버린 거다. 그렇게 완성된 로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동차 로고 같다.”는 평을 받았다.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이건 스스로 판단해도 오답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까닭을 몰랐다.


경영대에 와서야 애초에 내가 “기획” 자체를 잘못 정의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포트폴리오에 갇힌 디자이너들은 기획 시 “과정”보다 “도출 값”에 공을 들인다.


무의식적으로 디자인이 제품의 핵심이라 여기고, 비주얼 콘셉트와 스토리라인에 초점을 맞추는 거다. 그렇게 결국 엉뚱한 결과물이 나온다.


팔리는 제품을 만들려면, 우선적으로 제품의 카테고리가 명확해야 한다. 제품이 속한 카테고리에서 고객이 기대하는 욕구를 먼저 충족한 뒤 추가 베네핏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추가 베네핏”에 해당된다.      


Disney Silly Symphony - The Ugly Duckling



예를 들어 다이어리가 아무리 예뻐도, 고객이 기대하는 기능(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고객 확보는 어렵다. 디자인은 제품의 경쟁 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임을 인지하자. 


디자인은 제품의 첫 번째가 아니다.








⋯ 굴릴수록 커지고 단단해지는 눈(雪)처럼 눈(目)을 돌리니 바라볼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디자이너, 눈을 굴리다"는 해답이 아닌 과정의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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