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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노랑 Aug 07. 2021

레스토랑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

일반 직원과 관리자의 차이

일이 익숙해졌다고 해서 금방 관리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말단 직원일 때는 오로지 손님과 식사가 제대로 나왔는지만 신경 쓰면 됩니다. 거기서 관리자로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교육이 필요했습니다. 교육이라고 어디 가서 연수를 받거나 교육을 받는다기 보다는 그저 사수에게 관지라로서 필요한 업무적인 부분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점장님과 매니저(해당 매장에 매니저가 없다면 다른 관리자)의 추천이 필요했습니다. 점장님이 직원을 보기에 관리자로서 일을 감당할 수 있는지, 금방 그만두지는 않는지 등의 요소를 파악하여 본사에 얘기하여 승진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원래는 입사 당시에 시험이 없었지만 점점 체계적으로 변하는 인사제도 덕분에 승진 시 시험을 하는 첫 단계에 제가 관리자 승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관리자는 주임과 매니저, 점장으로 나뉩니다. 승진에 관한 거는 다른 레스토랑과 다를 수 있기에 승진을 하고 싶다면 점장님이나 해당 매장에 근무하는 매니저에게 묻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일반 직원에서 주임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사무적인 업무도 다룰 줄 알아야 했습니다. 작게는 입퇴사 서류부터 크게는 지출에 관한 서류까지 프로그램을 통해 본사에 서류를 작성을 합니다. 물론 엄청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되기는 했습니다. 서류에 0 하나만 잘못 붙이면 안 되기 때문에 제출 전에 계속 확인하고 제출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반려가 나는 게 있지만 서류 작성하는 것 역시 가짓수는 많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인 경험이 큰 관건이었습니다. 게다가 사무업무에도 경험이 있던 저는 서류 업무가 어렵진 않았고 오히려 지금의 일 말고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게 좋아서 서류 업무도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서류 업무뿐 아니라 일반 직원보다는 보는 시야가 더 넓어야 합니다. 이제는 주방에서 나오는 식사에 빠진 것은 없는지, 식사가 예쁘게 나왔는지, 신메뉴가 주 고객님들의 입맛에 맞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이며 큰 컴플레인 역시도 혼자 처리해야 했습니다. 그전에는 큰 컴플레인이 생기면 다른 주임님이나 매니저님이 응대를 했지만 이제는 저도 해야 하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컴플레인은 기본적으로 식사와 서비스로 나뉘는데 보통 식사 컴플레인이 조금 더 많은 편입니다. 식사에 빠진 게 있거나 식사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거나 식재료 이상으로 인해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 등 많은 컴플레인이 있고 그에 따른 대처 방법과 응대 방법에 대해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섣불리 취소나 환불을 얘기하기보다는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드시지 않았는지 또는 불만으로 얘기하는 게 무엇인지 고객님께서 화를 내는 그 말속에 핵심을 찾아 적절한 방법으로 응대를 해야 합니다. 보통은 재조리나 서비스 제공이 있을 수 있고 고객님께서 단호하시다면 환불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블랙 컨슈머가 아닌 이상 우리의 잘못으로 고객님께서 화가 났다면 화를 풀어드리고 다음에도 매장에 방문할 수 있도록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입니다.


이제는 새로 들어온 직원들을 케어를 해야 합니다. 쫓아다니면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선 매장에 일에 대해 알려주고 익숙해지게끔 도와주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보통은 손님 응대하는 법과 매장에서 판매하는 메뉴들 이름 외우는 것, 마감일을 하는 것부터 해서 오픈일과 음료 만드는 것, 기타 시럽이나 아이스크림 믹스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도 배우게 됩니다. 물론 한 번에 배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가 되는 편입니다. 그중에는 메뉴 이름을 외우는 것만 2-3주가 소요된 직원도 있습니다. 교육과 함께 신입들의 멘탈도 챙겨줘야 합니다. 갑작스럽게 손님이 몰려 웨이팅이 발생하거나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매장 안이 너무 바쁜 경우 대게는 제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어수선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나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함께 힘을 내보자고 파이팅도 얘기하면서 서로를 북돋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제는 스스로 할 일을 찾아 일을 해야 합니다. 매장과 손님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매장이 한가하다면 청소를 해서 구석구석 고객님들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 청결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게 노력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시야도 넓어지면서 매장의 이익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조건 손님 말을 들어주는 것보다는 매장의 이익과 나중을 생각해서 적절한 방법으로 응대하기도 하고 안 되는 부분은 단호히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러한 요령들이 생기다 보면 어느새 관리자로서의 모습이 보이게 됩니다.


다행히 저는 시험을 치지 않고 주임으로 승진을 하였기 때문에 크게 긴장된 부분은 없었지만 명찰에 보면 이름 옆에 주임이라는 직급이 새겨지게 되는데 그것이 기분이 엄청 좋았습니다. 이 매장에서 나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도 좋았고 연봉이 오른 부분도 당연히 좋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레스토랑 관리자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되었고 남들이 얘기하는 대기업에 종사하는 서비스 기획자, 기획 매니저 이런 대단한 직업은 아니지만 하나의 직업을 얻게 된 거 같아 좋았습니다. 물론 동종업계 사람들의 얘기를 듣기가 너무 어려운 건 아쉽지만 그래도 저는 나름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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