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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Jan 17. 2023

혼자가 된 치앙마이에서

치앙마이에 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주에 요가 여행자들이 떠나고 함께 지냈던 친구마저 떠나서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침 줌 요가 수업을 마치고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있다가 이러다가는 축 늘어질 거 같아서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고 짙은 회색 구름이 낮게 가리 앉아 있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제일 좋아하는 채식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빗방울이 굵어져서 서둘러 성태우 ( 빨간색의 합승 트럭으로 대중교통수단이다.)를 잡아 탔다. 혼자 뿐인 트럭 뒷칸이 조용하고 좋았다.

수안독 사원에서 내려 사원 안에 있는 식당으로 걸어 들어가니 막 문을 열었는지 식당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번에 멋진 미소의 직원이 추천한 디톡스 주스와 볶음 채소를 시켜 먹었다. 웍으로 볶은 야채에서 불맛이 났고 비트루트와 파인애플, 생강을 갈아 넣은 주스는 상큼했다.


사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원 안의 고즈넉한 분위기, 저렴하고 맛있는 채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친절한 직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소를 머금고 차근차근 말하는 그의 태국어는 아름답게 들린다. 주방 옆의 야외 자리에 앉아 있으니 그의 음성이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저렇게 웃으며 부드럽게 일을 할 수 있는지 참 닮고 싶은 사람이기까지 하다. 손님이 없어서인지 그가 자신의 아침 식사를 들고 와 내 옆의 테이블에서 밥을 먹는다. 얼마나 조용하게 먹는지 덩달아 나도 다소곳이 밥을 먹었다.



지난 일요일에 러스틱 마켓에 다녀왔다. 옷가지와 천연제품, 유기농 식품 등을 파는 일요 시장으로 생각 외로 개성 있고 예쁜 물건들이 많았다. 망고로 물을 들인 천연 염색 티셔츠와 아이보리색 긴치마, 인디고로 염색한 코끼리 문양이 그려진 파란 스카프를 샀다.

이번에 가는 인도에서는 멋진 모습으로 가게 될 것인가. 예쁜 옷들을 더 사서 변신을 하고 갈지어다.


러스틱 마켓 안에는 탑스그린이라는 유기농 슈퍼마켓이 함께 있다. 안에 들어가니 비건 음식을 파는 곳이 있어서 오랜만에 시금치 커리와 로띠를 먹었다.



이주를 이곳에서 함께 했던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친구가 근사한 곳에서 밥을 사준다기에 냉큼 그 호의를 받아들였다.  올드시티를 지나다가 우연히 펀 포레스트라는 식당을 봤는데 나무가 가득한 정원 안에 테이블이 놓인 근사한 곳이었다. 메뉴를 살펴보니 태국음식부터 서양음식 그리고 디저트까지 훌륭한 곳이었지만 가격이 꽤 비싸서 그냥 지나친 곳이었다. 친구는 가장 럭셔리한 식당을 골라보라 했고 난 이곳을 선택했다.

태국의 대표 음식이기도 한 파인애플 볶음밥이 궁금했는데 마침 채식 메뉴에 있어서 골랐다. 아무래도 친구가 사주는 것이라 조금 저렴한 메뉴를 선택하기도 했다. 볶음밥을 먹으면 체하는 편이라 잘 먹지 않는데 이번이 아니면 파인애플 볶음밥을 영원히 못 먹을 거 같아서 먹어보았다. 달콤 새콤한 맛이 좋았는데 역시나 소화가 더디게 되었다. 친구는 태국에서의 마지막 음식으로 라자냐와 디저트로는 브라우니를 골랐다.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었다.


이제 혼자 치앙마이에서 24일을 더 보내야 해서 저렴한 숙소로 방을 옮겼다. 장기 체류를 많이 하는 지역이라서 착한 가격의 숙소와 식당이 몰려 있는 곳으로 비건 식당도 이곳에 많이 있다. 아주 친절한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로 운 좋게 꼭대기에 있는 넓은 방을 주셔서 줌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하늘이 넓게 보이는 창이 있다.



이제는 소박한 채식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반찬 두 개와 밥을 접시에 덜어주면 40바트 (약 15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다운 곳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거리도 싸가지고 가기도 한다.


요즘에는 매일 요가원에서 요가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방에서 망고 요가 수업을 하며 지냅니다.


꽤 단순한 생활이지만 좋습니다.

모두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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