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이번 주도 역시 요가로 하루를 시작하고 요가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매일 아침 20여 분을 걸어가서 요가원에서 요가를 한다.
한시간 반동안 요가 수업에 집중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 즐겁다. 그동안 어려워했던 동작들을 자세한 설명을 듣고 따라가니 대부분의 동작이 쉽게 느껴졌다. 역시 요가를 잘하는 것과 요가를 잘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 다른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치앙마이에서 살고 있는 일본 친구가 몇달간 일본에 가 있을 예정이라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직원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린커리와 쏨땀(타이 샐러드)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친구와는 인도에서 처음 만났고 이렇게 치앙마이에 오는 날이면 가끔 보게 되는 친구다. 여행지에서 만나서 그런지 일상 생활의 솔직한 대화를 하며 서로를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것 같다.
집(숙소)으로 오는 길은 언제나 좋다. 태양이 뜨거운 한낮에 오래 걸어오며 집을 만나는 그 순간 더위로부터 받은 모든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이번 치앙마이 생활이 즐거운 이유 중의 하나는 숙소를 잘 구해서!
요즘은 일본 여행자 유리와 함께 요가도 하고 시간을 보내서 지루하지 않게 지내고 있다. 유리는 내가 10년 전에 치앙마이의 요가원에서 만났던 친구다. 너무 어여쁜 외모에 조용한 성격으로 가까워지기 어려운 친구였는데, 근 10년만에 다시 연락이 되어 치앙마이에서 다시 만났다.
나랑 성격이 거의 정반대의 친구라서 함께 하는 시간이 신기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몸이 약해서 못먹는 음식이 많고 밥도 아주 천천히 먹는 편이라 늘 기다려야 하지만 덕분에 나도 음식을 천천히 먹게 되어 좋기도 하다. 그녀는 행동이 느릿느릿하고 결정도 느리다. 어떨 때는 의아하기도 하지만 옆에서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 이렇게 반대의 성향을 가진 친구들에게 배울 점도 많은 것 같아서 좋다.
일요일 아침에는 러스틱 마켓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파는 예쁜 옷들을 구경하다가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천연 염색으로 옷을 만드는 곳으로 가서 자연의 색으로 만든 티셔츠 하나를 또 구입했다. 가격은 꽤 비싸지만 입으면 너무 편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한장을 다음 주에 마지막으로 사고 인도로 넘어갈 생각이다.
토요일 오전 요가를 마치고 난 너무 지쳐서 힘이 다 빠져 버렸다. 오랜만의 한 아쉬탕가와 빠른 전개로 그저 피곤했던 날. 나의 나약함에 푸념하기도 하면서 썰국수를 후루룩 먹고 코코넛 주스를 마셨다.
갑자기 귓가에 울려 퍼지는 그룹 퀸의노래.
Too much love will kill you.
적당히 하자.
적당히 요가하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놀자.
그리하여 난 월요일의 요가 수업을 취소하고 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