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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Feb 16. 2023

식당 오픈을 기다리며

인도 보드가야 카페 라이프


내 방에서 바라보이는 보드가야 풍경은 한없이 파랗고 푸르다. 날이 아직은 더워서 창문을 열어 놓고 팬을 약하게 틀고 자기에 아침 해가 뜨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 그렇게 누워서 한참 시간을 보낸다. 하긴 아직 하는 일이 없어서 굳이 알람을 맞춰 놓고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다.



매일 점심, 저녁에 게스트 하우스를 관리하고 있는 친구 프렘이 음식을 해서 방으로 갖다 준다. 메뉴로는 인도 라면 메기, 까를라 (여주) 볶음에 로띠 또는 달 (렌틸콩 수프)을 요리해서 같이 나눠 먹는다.​



프렘은 내가 약 15년 전에 모하메드 레스토랑에서 잠시 카운터를 봐주고 있을 때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던 모하메드의 오랜 동네 친구이다. 지금은 모하메드의 게스트 하우스를 관리하고 있다.

​​

가끔은 혼자 나가 로컬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날은 뜨겁고, 사원 외에는 달리 갈 곳이 없어서 요즘은 주로 낮에는 방에 머물거나 공사 중인 식당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온다.


​​

주중에는 오후에 망고 요가의 줌요가 수업을 하고,

(늘 나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녁에는 마하보디 템플 (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으신 곳 )로 가서 한적해진 템플을 한 시간 정도 돌고 온다.

모하메드 레스토랑은 다음 주 목요일 (10월 14일 )을 목표로 오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주일이 연기가 되어서 나는 달리할 일은 없지만 숙소에서 조용히 앞으로 만들 케이크의 레시피를 연구하고 방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신나게 게으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것 또한 나쁘지 않다.

모하메드는 식당에 걸려 있는 초콜릿 케이크의 사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만들라고 하는데 과연 내가 만들 수 있을지. 대체 뭘 믿고 내게 베이커리를 맡기는 거야. ​논비건 케이크는 거의 만들어보지 않아서 조금은 긴장된 마음이기도 하다.

어제 점심 즈음에 공사 중인 식당으로 가는 길에 음료수와 사모사, 남킨을 사가지고 가서 한창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간식을 돌렸다. 내가 앞으로 일할 베이킹 장소와 카페 장소를 둘러보다가 식당 부엌에 놓여 있는 액자를 발견하였다.

때는 그러니까 처음 이곳에서 함께 일을 시작했던 2016년 겨울에 보드가야로 놀러 온 사진작가이자 기자인 친구가 찍어 준 단체 사진이다. (지금보다 6연이나 젊었다니!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이었던가! 겉모습이 )


이 사진은 항상 식당 벽에 걸어두고 있었는데 새롭게 단장하는 식당에도 걸어놓을 것인가 보다. 이때는 일을 함께 해보는 첫해였고 내가 일에 너무 익숙하지 않아 힘든 첫해를 보냈다. 지금은 그때보다 6년이나 나이를 먹어서 겉모습은 변했지만 마음은 지금이 더 여유로워 좋다.

요즘은 이것저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말도 아껴하는 편이다. 산책을 할 때도 앞만 보고 걷고 이곳저곳에 관심을 두지 않으니 마음이 너무 편안하다.


​​동네를 조금 거닐고 밥 먹고 요가하는 일상이 다이지만 나쁘지 않다. 이제 일주일 후에는 매일매일 커피를 만들고 베이킹을 하고 요가 수업도 해야 해서 지금의 이 여유를 또는 이 나태함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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