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저녁 강의 가는 길 중국집에 들렀다
기다리는 마음 커질수록
떠날 때가 되었다는 걸
짬뽕 한 그릇 시켜놓고 깨닫는다
해물처럼 시원하게 누군가의
속을 풀어 준 것이 언제였었나
눈물 쏙 뽑는 얼얼함으로
세상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한여름 달궈진 뙤약볕을 품은
붉은 고추
몇 조각으로 다스린 면발 덕이다
노란무를 춘장에 찍으며
볼펜으로 흘려 쓰던 청춘을 씹는다
최루탄, 친구, 빼갈, 열사, 산울림
국물에 우려진 오징어와 양파를
면과 함께 넘기고 조미료 같은 정의를
검은 홍합을 벌리며 찾아본다
정년을 한 친구는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챙기고 운이 좋으면
오지의 한직을 천직 삼아 갈 것이다
그때는 탕수육에 이과두주를 곁들어야겠다
목이의 오독거리는 식감으로
남은 저녁을 격려하고 눈 내린 이월의
어두운 골목으로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