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공터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공터가 필요합니다
강이지풀이나 쑥이
풀밭을 이루어도 좋습니다
하릴없는 동네 강아지가
돌무더기에 영역을 표시해도
드러날 것 없는 그렇고 그런 빈 땅 말입니다
정성 들여 상추나 무를 키울 일도 없고
호박벌 한 마리 개똥참외 꽃을 찾아다니는
하루를 기다려도 이메일 한 통 없는
여백이 있는 땅에서
한나절을 천천히 걷거나
소똥구리가 굴리는 쇠똥만큼만
욕심을 부려 보세요
비가 오면 물이 고이는
작은 웅덩이 하나 있는 곳에서
연잎으로 비를 피하고
무지개 하늘에 풀어질 무렵
시끌벅적 맹꽁이 울어대는
잔치를 벌여보세요
밤이면 쏟아지는 별 헤아리며
너 하나 나하나
마음밭에 꽃 심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