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항공이야기
채용을 하는 항공사는 우리가 다 아는 두 대형 항공사가 아닌 저가항공사였다.
당시 저가항공사의 인식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첫 저가항공사가 발을 뗀지도 얼마 안 되었고
국제선은 몇 개 안 되는 노선을 보유하거나 이제 국제선을 취항하는 시기였다.
이력서를 접수시켰고, 며칠 후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항공사 지원으로는 첫 번째 서류 통과였다.
설렜다.
사실 그동안의 탈락에 익숙해졌고 스스로 자신도 없었던 시기라 기대하지 않았다.
대략 1주일이 지나고 1차 면접을 보았다.
우리 조는 나를 포함해 3명이었다.
나는 면접관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맨 왼쪽에 앉았다.
당시엔 압박면접이나 지금처럼 다양한 형식의 면접이 없었다.
'항공사에는 왜 지원하게 되었는가?'
'공항에서 일하는 것,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일할 수 있는지'
'이력서를 기반으로 한 질문들'
'1분 정도 자신을 소개'
대충 이렇게 진행되었다.
오른쪽 끝에 앉은 지원자는 캐나다와 일본 거주했던 적이 있어 영어와 일어가 능통하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세명 모두 큰 실수 없이 대답을 했으나, 그 친구는 유독 자신감이 있어 보였고 나는 그의 이력과
실력이 부러웠다.
면접을 마쳤다.
오른쪽 끝의 지원자 생각이 맴돌았다.
그런데 불안하거나 걱정되지 않았다.
자신이 있거나 긍정적인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그때의 나는 무기력까지는 아니어도 나는 나를 방치했다.
어디로 갈지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그런 기분으로 살았다.
오후 3시였다.
초가을이라 아직 대낮의 볕은 조금 신경 쓰이는 때였다.
지하철을 타고 청계천으로 향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시원한 곳, 물이 흐르는 곳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집에 가기 편한 곳.
바다는 갈 수 없고, 한강보다는 청계천이 집에 가기 수월하다.
별생각 없이 살면서 집에 잘 들어갈 고민까지 해서 결정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
종각역에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