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항공이야기
합격 통보를 받고 1주일 후에 고용계약서를 쓰기 위해 본사에 방문하는 날이다.
나의 첫 근무지는 김포공항 국내선!
본사에 가기 전에 배치받은 곳에 들려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1년 전..
당시만 해도 항공사 직원은 안경을 쓰면 안 된다는 루머가 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하지만 그때도 그 루머의 출처나 신빙성에 대해선 전혀 알 길이 없었지만..
직장 구하기 힘든 시절.. 무엇하나라도 조심하고 잘 보이고 싶은 간절함이..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렌즈를 사게 만들었다.
20개 정도 들어간 박스 하나를 3,4만 원 정도를 주고 샀던 것 같다.
그리고 집 화장실에서 렌즈 끼는 연습을 했다.
그 당시에 유튜브가 지금과 같았다면..
아니..그래도 모른다.
난 눈이 작다.
한때 누군가 내게 별명을 지어줬다.
'김종국'
'특히 눈이..'
쉽지 않았다.
처음 접해서 낯설었던 렌즈.
그리고 처음 벌려본 내 눈.
나는 그날 내 눈의 아래위 근육이 그렇게 힘이 세고,
닫히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나는 힘이 센 편이다. 덩치도 크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눈을 크게 띄우지 못했다.
20분간 사투를 한 끝에 렌즈를 넣었다.
안경 없이 보이는 세상이 신기했다.
나는 빠른 안도와 함께 렌즈를 빼고 내일을 기다렸다.
본사에 가는 당일, 나는 일찍 일어났다.
무얼 하진 않는다.
다만 나는 일찍 일어난다.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도 듣고, 책도 잠깐 보고, 영어 뉴스도 잠시 읽어본다.
자기 계발을 하고자...
하지만...집중력이 낮아..무얼 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한다.
렌즈를 집에서부터 끼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끼고 인사를 하고 본사를 갈 계획을 했다.
나는 보통 약속시간 보다 여유있게 움직인다.
김포공항 사무실 앞에 도착했고 렌즈를 끼우기 위해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자! 시작!
나는 다시 어제 렌즈를 넣었던 그 느낌을 기억하고,
무쇠같은 눈두덩이를 들어올려보았다.
5분...10분..15분...이 지났다.
하나는 반쯤 들어가다 튕겨 나와 땅에 떨어졌다.
바로 주었지만..
위생 때문이 아니라.. 그래도 첫날인데 왠지 복이 나갈 것 같아서.. 버리고 새 렌즈를 꺼냈다.
뭔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아서...스트레스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몸에 열도 오르고 있었다.
20분..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10분...
아!
하나 들어갔다! 꿈뻑 꿈뻑...
그리고 5분여 사투 끝에 두 번째 렌즈도 자리를 잡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거울을 바라보았다.
양쪽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거의 쑤셔 넣다시피 했어서..
하지만 여유 시간이 없어 바로 공항사무실에 들어갔다.
길게 난 사무실을 곧장 걸어 들어가니,
선배님 한분이 계셨다.
단발 머리를 하고 계셨던 선배님.
카리스마도 있으셨고 조금 아나운서 느낌도 있으셨던..
나는 한발 한발 걸어가며 그분이 같이 일하게 될 선배란 직감이 왔다.
인사를 했고, 별 다른 얘기 없이 나는 바로 나와 본사로 향하게 되었다.
같이 일하게 될 선배를 보고 나니 이제 정말 내가 회사원이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항공인'
그렇게 항공사에 오고 싶었는데...
안될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되어버렸다...
잘해보자! 화이팅!
본사에 들어가 대기하는 중 살짝 졸았다.
기겁하고 눈을 뜨고 안 졸은 척을 했는데..
왼쪽 눈이 뿌옇다..
그렇다.. 그 사이 렌즈가 탈출한 것이었다.
그렇게 불균형된 시야를 가지고 나는 계약서 항목을 자세히 읽어보지 못하고 사인을 해버렸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