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드라마 작가는 어떻게 되는 거라고?
정신과 의사. 농부. 외교관. 선생님 등등 꿈이 꾀나 난잡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
나의 모국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국제관계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렇게 외교관이라는 꿈을 품고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뒤, 국제교류기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을 채우지 못한 채, 이직할 회사도 정하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일을 그만둔 뒤, 한동한 방황하다 현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고 그와 결혼을 하여, 한국에서 역이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기술이나 특별지식이 없었던 나는, 영어와 나의 대학시절 대학입시사관 보조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영여교사 다음으로는 미국대학입시 관련된 일을 했다.
그러다 아이가 생겼고. 나와 나의 남편 부모님 모두 미국에 거주하고 계시기 때문에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직장을 그만둔 뒤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나는 정말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과는 1도 근접한 일 없는. 조금 난잡하지만 그래도 나름 평범한 삶은 살았던 30대 중반 여성인 것이다. 나의 주변에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도, 드라마 제작의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에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 도 없다. 심지어 심도 있게 드라마 이야기를 같이 공유할 친구도 없다.
이런 상황, 나의 첫 고민은 당연, 어떻게 시작해야 될까였다. 그리고 나도 여느 누구와 같이, 네이버에 답을 물었다.
드라마 작가 되는 법
드라마 작가
드라마 작가 어떻게 되나요?
이수연 작가
뜬금없이 왜 '이수연 작가'인가 하겠지만, 그녀야 말로 모든 작가 지망생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첫 작품으로 데뷔, 성공적이게 직장인에서 드라마 작가로 전환한 케이스.
그녀만큼은 아니어도 (그렇게 된다면 여한이 없겠지만), 나 또한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다면 한 번에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적이게 데뷔하고 싶었고, 그러기에 난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데뷔까지 도달하게 된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그녀의 데뷔 경로를 습득한다면, 나도 비슷한 방법으로 데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적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이수연 작가
일단, '비밀의 숲'을 집필하신 이수연 작가는 드라마 작가 교육원에서 공부를 하고 이후 10여 년 혼자서 글을 썼다고 한다. 비밀의 숲 같은 경우 3년 동안 취재 및 집필하였고,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하다 퇴사하고 혼자 도서관에 다니면서 글을 쓰다, 8회 차까지 대본을 완성했을 때 방송 편성이 확정됐다고 한다. 어디서 어떻게 ‘편성’까지 도달했는지의 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교육원에서 이어진 인연들을 활용하시지 않았나 싶다. (비밀의 숲 1 대본집, 나무위키)
임춘백 작가
‘동백꽃 필 무렵’의 임춘백 작가는 공모전으로 데뷔한 작가이다.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다가 20대 후반부터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작가 교육은 받은 적 없고, 대본을 구해서 독학을 했으며 MBC극본 공모전에 응모한 계기로 단막극 ‘내 인생의 혹’으로 데뷔하였고 KBS에서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이 대박 나면서 스타작가로 떠오른 케이스다. (나무위키)
김은희 작가
‘시그널’ 김은희 작가 같은 경우 예능 작가로 시작하여 남편 장향준 감독의 조수 일을 하며 시나리오 쓰기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영화 ‘그 해 여름’으로 데뷔 후 ‘위기일발 풍년빌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드라마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싸인’ 그리고 '시그널'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작가교육 얘기가 없어 작가교육은 따로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느 프로그램에서 장향준 감독이 김은희 작가가 일에 관련된 수업을 듣고 싶어 했을 당시, 어려운 형편이었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업비용을 대줬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무위키)
김은숙 작가
‘도깨비’ 김은숙 작가 같은 경우는 신경숙 작가를 동경하여 27살 그녀가 다녔던 서울예술대학교에 입학. 문예창작과를 전공하였으며, 대학 이후 작가가 되기 위해 도전하던 중, 드라마 제작 PD였던 지인에 권유로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은정 작가와 함께 2003년 태양의 남쪽을 공동집필하게 되었고, 이후 2004년 파리의 연인으로 초대박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나무위키)
박혜영 작가
'나의 해방일지' 박혜영 작가는 1998년 LA 아리랑 보조작가로 데뷔하셨다. 난 '또 오해영'의 작가로 처음 인식해서였는지 그맘때쯤 데뷔하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위에 소개드린 작가님들 중 가장 베테랑이시다. 그리고 1999년 ~ 2005년도 사이 많은 작품들을 공동집필하셨다. (나무위키) 여러 각본상을 휩쓰셨지만, 작가님의 관련된 인터뷰 내용은 다소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정확이 어떠한 이유로 이 일에 뛰어드셨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기서 '인맥'으로 데뷔하였다는 뉘앙스의 말은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니, 이 애 대한 나의 설명을 덧붙이고 싶다. 대부분 사람들이 연줄의 활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나 또한 그랬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좋은 글을 쓰는 능력이 실력과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좋은 인연을 만들고 활용하는 것 또한 일에 중요한 부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내가 말하는 '인맥'이란 작가님들의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그리고 꼭 필요한 여럿 사람들의 손길이라 말하고 싶다.
그래서 본론으로 돌아가 드라마 작가는 어떻게 되는 거라고? 개인적인 생각으로 총 4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는다.
첫 번째, 공모전에 응모할 수 있다.
아무런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가장 시작하기 좋은 곳은 공모전인 것 같다. 대부분 방송사마다 공모전이 있고 (Tvn, SBS, MBC, KBS, JTBC, KT 등등) 드라마 제작사 (AStory 등)에도 공모전을 열기도 한다. 숏폼, 단만, 장편등 종류도 다양하며 어느 정도의 상금/지원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진지하게 드라마 작가가 되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하다.
공모전은 내가 처음 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2023년 1월을 시작으로 tvN, SBS, MBC, KBS 공모전에 응모했으며, KT, JTBC 공모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물론, 공모전의 메리트는 접근도가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기는 하나, 정작 작가로 이어지기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공모전이 다 그렇듯, 당첨되는 건 하늘에 별 따는 것만큼 어렵다. (현재까지 낸 모든 공모전에서 탈락했다) 공모전만 몇 년씩 준비하다, 포기하는 분들 많다고 들었다.
두 번째, 보조작가로 시작할수 있다.
보조작가로 드라마 작가에 길로 들어서는 분들도 많은 듯했다. 보조작가는 작가의 따라 경험이 달라지는 것 같았는데, 글 쓰는 일이 아닌 정말 허드레일을 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았고, 좋은 작가분을 만나 결국 작가로 데뷔하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 종종 구직사이트에 보조작가 구인공고가 올라오긴 하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의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관련된 경력과 지식이 1도 없는 나는 지원이 어려웠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나의 우선일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새로운 직장에서 파트타임이 아닌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했다.
세 번째, 방송국이나 제작사에 취직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실전부터 겪어보는 것이다. 물론 작가라는 타이틀로 전쟁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경험은 다르겠지만, ‘드라마 제작’의 사무적인 업무 또는 직접현장에 가서 뛰며 일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알아가고, 분위기를 파악하며 스토리 텔러가 놓일 수 있는 디테일들을 배운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가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보조작가로 같은 맥락으로 불가능한지라, PASS.
네 번째,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대학에서 한국문예창작과 또는 관련분야에 전공하지 않았다면,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한국예술대학교, 방송사 아카데미 등등에서 작가교육을 받을 수 있다.
O'PEN에서 1차 합격소식이 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최종심 이메일이 돌았다는 글을 읽었을 때, 나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단순한 건지 무식한 건지 아니면 그냥 순진한 건지, 나는 정말 적어도 내가 최종심안에 들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나의 이야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떨어졌고, 이 모든 것이 나의 오산임을 깨달았을 때, 나는 진지하게 다음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의 이야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괜찮았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 나의 전달력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이 착각이고 설상가상 나의 이야기가 정말 별로라고 했어도, 내가 글을 맛깔나게 써냈더라면? 난 분명 최종심까지는 올랐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상상력으로 쓸 수 있지만, 나의 독자를 파악하는 일. 그리고 그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써내는 방식은 배워야만 한다.
서른 중반, 육아, 일 그리고 글쓰기를 병행하는 나로서는 시간은 금이다. 아이가 없었다면 1년 정도 독학을 고려해 봤겠지만, 나의 현 상황을 봐서 1년이 10년이 될 수 있기에 나는 조금 자본주의적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나의 시간표를 조금이라도 앞당겨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받는 것. 체개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다.
다른 방법의 비해 아카데미 또는 교육원이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투자되는 돈이다. 위 방법 중 유일하게 돈을 지불해야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무리 파트타임일을 하고 있다 한들, 아이가 있는 나로서 예상밖의 지출은 부담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가장 전통적이고, 저렴했지만 일단 합격해야만 등록이 가능한 점, 그리고 아이가 학교에 가있는 시간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나에게 수강시간이 맞지 않는 점을 고려해, 가격은 있지만 수강시간이 가능한 KBS아카데미로 신청하게 되었다. 2023년 나의 목표는 가능한 만큼 드라마 공모전을 제출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수업을 들으며 나의 부족한 점을 보강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위의 방법으로 드라마작가의 직업이 보장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더 가까이 근접할 수 있는 것이라 확신한다. 현재 상황을 봐서 올해 실적을 내는 것은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2024년에는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