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917원을 벌었다
134,917원
내가 프리랜서로 일하며 한 달 동안 벌어온 돈이다.
난 통장에 들어온 돈을 보며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언했다.
"이제 나 돈 벌어 오니까 수강 신청한다, 내가 학원비랑 수강비는 무조건 벌어올게"
남편은 너무도 당당한 나를 보며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그저 허탈하게 웃었다. 나라도 웃었을 거다.
8월 번역학원을 마치고 한 달에 134,917원을 벌어온 사람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난 꼭 수강 신청을 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번 수강 신청 기회를 놓치면 4월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연수반 신청
한국방송 작가협회 연수반을 신청했다. 개론반이든 연수반이든 전문반이든 창작방이든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하는 심정으로 그냥 지원했다. 요즈음 퇴짜를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가, 한 번 더 맞는다고 큰 타격이 있을 것 같지 않았고. 아무래도 아이 스케줄과 맞춰야 하다 보니 선택지가 여기밖에 없었다. 심지어 딱 한 타이밍만 가능했다.
내가 협회에 지원한다고 하니 남편이 내가 물었다. '아직도 배울 게 남았어?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냐?'
평소, 그러니까 매달 월급이 통장이 꼬박꼬박 꽂치는 상황이었다면, 그의 질문에 기분이 조금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134,917월 벌어오고 80만 원 수업을 수강해야겠다고 밀어붙이는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그의 질문이 지극히 정당하다 느껴졌다.
솔직히, 나도 안다. 연수반을 듣고 싶은 건 내 욕심이다. 남편 말대로 KBS 기초반에서 기본적인 이론은 배웠고 혼자서 글도 쓸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다른 망생이 들과 함께 글을 쓰고 싶었고 망생이들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무슨 일을 하던 결국 남는 건 사람이라고. 기초반에서 친구를 만든 건 아니었지만, 생각해 보면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즐거웠고 좋은 자극이 었다. 그리고 다시 OPEN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그런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수강이 절실해졌다.
이전에 적은 단막 피드백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연수반에 들어가면 단막을 2개 제출해야 하니 바쁘다고 미뤄왔던 단막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기다 하다. (아직도 못 끝냈어... 내 마지막 단막) 연수반도 개론반처럼 인터뷰를 보는지는 모르겠는데 11월 11일 발표가 난다고 하니, 일단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조만간 인간적인 금액의 단가를 받으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조금 더 마음 편히 수업도 듣고 글도 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P.S. 한/영, 영/한 영상번역 필요하신 분들 연락 주세요. 제가 적당한 단가에 잘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