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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양화 Jul 05. 2024

안농~ 안농~

오랜만에 글을 적어본다

요즘 류마티스 통증 때문에 좀 우울했다

잘 극복했다 싶었는데 10년 만에 또 통증이

 ‘안농~ 안농~‘하면서 찾아왔다

전혀 반갑지 않다

일상생활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아이 둘 엄마가

아침 일어나기가 지옥이고

밥은 최소한  하고

청소는 남편의 못이 되어가고

누구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야 할 엄마가

글을 쓰기란 거북이가 100 메터 뛰기를 하는 거랑

다름이 없다

그 정도 글을 멀리 했다가

왠 갑자기 브런치 글?

나도 모른다

도저히 모르겠다

갑자기 글 쓰고 싶어지는걸요

마음이 가는 대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그래야 이 끔찍한 류마티스 통증도 도망가겠지

 


감사하다

몸이 아프고 나니까

아이들이 공부 안 해도

낮잠을 자도

감사하다

그냥 알아서  밥 먹어주기만 해도 기특하다

10년 전 처음 통증에 시달렸을 때는

첫째  5살 둘째 2살이었다

‘엄마 아프니까 너희를 안을 수가 없어’

이 말을 알아듣는 나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난 안 아픈척했다

웃으면서 울었다

지금은 다르다

‘엄마 손가락 아퍼 이것 좀 옮겨져’

‘엄마 힘들어 먼저 잘게’

어느새 이 말이 통하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 울면서 웃는다


감사하다

한국은 ‘정의 나라’라고 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관절이 아프다고 하는 나에게

바르면 관절에 좋다고 하는 아로마크림을

직접 만들어 선물해준 딸 친구 엄마

자기 집이랑 가깝다며 아들을 함께 픽업해

집에 데려다주는 아들 친구 엄마

그것뿐인가 내가 감기기운이 있다 했을 때

대추랑 생강 끓여 먹으면 좋다고

순식간에 가져다준 친구엄마

열무김치 담았다고 큰 통 한가득 가져가라고

선물 주는 친구엄마

너무 많아서 셀 수 없다

난 계속 받기만 하고  있다

왜 한국 엄마들은 이렇게 해줄까

대게 자연스럽게

아주 당연하듯이

난 그렇게 하고 싶어도 어색하다

일본에서 몸에 스며든  ‘우아한 거리감’이 방해한다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묘한 핑계를 가지고…


난 아무것도 한 적이 없다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만들거나

가져다주거나

내 자식이 아닌 다른 아이에게 눈길을 주거나

그런 여유가 어디에 있을까

특히 남 자식을 사랑한다는 게 정말 존경스럽다

도저히 흉내 내지 못할 노릇이다

‘내 집 내 자식만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게 솔직한 사람 마음이지 않은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렇기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아니었다

아이가 크면서 깨달았다

사회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이웃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


나도 친절하고 싶다

은혜를 갚고 싶다

습관처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여유 있는 어른

지혜로운 삶을 살고 싶다


그 길은 멀고도 멀다

저 끝, 저 저 저 끝에 있다

차근차근 걸어가야지

내가 미숙한 사람아라는 걸 아니까

난 성장할 수 있어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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