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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양화 Jul 07. 2024

통증의 여왕


류머티즘관절염

아프다

아프다

정말 이프다

생선 가시 박힘부터 시작하고

근육통, 두통, 생리통, 감기몸살, 출산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통증은 약이나 마취제 없이 묵묵히 참아온 나다

자연분만 2번을 해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다

그러나 요즘 나는 하루에 200번 이상

참지 못해 ‘아야!’ 하고 만다

특히 요리할 때가 곤란하다

조미료 뚜껑 열기가 이렇게 어려웠나?

프라이팬이 이렇게 무거웠나?

설거지할 때마다 손목이 욱신욱신

통중속에서도 류머티즘통증은 확실히 격이 다르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단한 가사에

이제 통증이라는 손님이 오게 되니

단순한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무술을 익히기 위해 수행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어설 때 팔다리가 쑤시고

앉을 때 고관절이 비명을 지르고

누울 때 온몸이 옥죄어 들고

목이 불편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통증의 왕’이라는 호칭을 줘도

틀리진 않을 거예요

아니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많은 병이라 하니

‘통증의 여왕’이 더 좋을까?

난 ‘눈물의 여왕’ 시대에  ‘통증의 여왕’으로 살고 있다

그렇다!  난 지금 통증의 여왕인 거다


뭐든 그렇지만 이 아픔은  겪은 사람밖에 모른다

10년 전 지금이랑 비슷한 통증을 경험했던 저조차 이 아픔을 거의 까먹고 있었는데 몰라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을 읽는 건강한 독자님들을 탓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이웃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싶다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이 내 글을 읽고 피시식 웃고

주변사람이 우리를 나무느림보 취급 안 한다면

마음이 한 층 놓일 것 같다

이 통증은 말로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다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아프다’를 얼마 전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말해도 말해도 난 도저히 납득을 못한다


아니! 아프지만 보통 아픔이 아니에요

평범한 아픔이 아니라니까

아니! 그렇게 쉽게  다른 화제로 돌리지 말아요

지금 병원 침대 위에 누워있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이 통증에 대한 설명을 아직 10%도 못했어요

‘운동요?’‘운동이라고요??’

‘요리요?‘ ’ 요리라고요??‘

‘김장요?’ ‘김장이라고요??’

‘저 게으름뱅이 아니라고요!’

겉보기엔 너무 티가 안 나는구나

어굴해요

어굴하다니깐요


일본에서는 류마티스나 통풍의 통증을 묘사할 때

 ‘바람이 불어도 아프다’고 표현한다

한국에도 이런 표현이 있을까 궁금하다

바람이 피부에 닿아도 아프다는 뜻인데

반은 맞지만 반은 다르다

바람이 안 불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그냥 몸속에서 통증이 일어나 쑤시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손으로 아픈 부위를 쓰다듬게 된다

왼손으로 오는 손을 쓰담쓰담

왼손 삐끗

오른손으로 목 뒤를 쓰담쓰담

오른손 삐끗

아아 눈물 나는 통증의 여왕

내 통증의 기록

이제 내 약한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지루한 짜증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에게 송구하다

그리고 우는 소리만 들어도 너그럽게 끝까지 글을 읽어주는 독자님이 신기하기도 하다

뭐가 재미있어서 읽어주시는지… 참 세상에는 나처럼 아픈 사람이 이외로 많은가 보다

이제 통증의 여왕답게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024.6.7 맥추감사주일

한국에 사는 두 아이 엄마는 요즘 통증의 여왕이다

가끔씩 우울하고 좌절하지만

뭐,  할 수 없지

이렇게 병을 받아들이고 글을 쓰고 있다

피했던 병원을 용기 내어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무뚝뚝하셔도 할 수없지

관절 아프다 했는데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도 할 수없다

선생님 눈에는 우울증 환자로 보였나봐


‘할 수없다 ’

‘어쩔 수없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떠올리는 내 황금 플래이즈다

오늘도 통증의 여왕으로 잘 살아냈다

살아냈다

그러면 잘한 거다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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