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적어본다
요즘 류마티스 통증 때문에 좀 우울했다
잘 극복했다 싶었는데 10년 만에 또 통증이
‘안농~ 안농~‘하면서 찾아왔다
전혀 반갑지 않다
일상생활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아이 둘 엄마가
아침 일어나기가 지옥이고
밥은 최소한 하고
청소는 남편의 못이 되어가고
누구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야 할 엄마가
글을 쓰기란 거북이가 100 메터 뛰기를 하는 거랑
다름이 없다
그 정도 글을 멀리 했다가
왠 갑자기 브런치 글?
나도 모른다
도저히 모르겠다
갑자기 글 쓰고 싶어지는걸요
마음이 가는 대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그래야 이 끔찍한 류마티스 통증도 도망가겠지
감사하다
몸이 아프고 나니까
아이들이 공부 안 해도
낮잠을 자도
감사하다
그냥 알아서 밥 먹어주기만 해도 기특하다
10년 전 처음 통증에 시달렸을 때는
첫째 5살 둘째 2살이었다
‘엄마 아프니까 너희를 안을 수가 없어’
이 말을 알아듣는 나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난 안 아픈척했다
웃으면서 울었다
지금은 다르다
‘엄마 손가락 아퍼 이것 좀 옮겨져’
‘엄마 힘들어 먼저 잘게’
어느새 이 말이 통하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 울면서 웃는다
감사하다
한국은 ‘정의 나라’라고 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관절이 아프다고 하는 나에게
바르면 관절에 좋다고 하는 아로마크림을
직접 만들어 선물해준 딸 친구 엄마
자기 집이랑 가깝다며 아들을 함께 픽업해
집에 데려다주는 아들 친구 엄마
그것뿐인가 내가 감기기운이 있다 했을 때
대추랑 생강 끓여 먹으면 좋다고
순식간에 가져다준 친구엄마
열무김치 담았다고 큰 통 한가득 가져가라고
선물 주는 친구엄마
너무 많아서 셀 수 없다
난 계속 받기만 하고 있다
왜 한국 엄마들은 이렇게 해줄까
대게 자연스럽게
아주 당연하듯이
난 그렇게 하고 싶어도 어색하다
일본에서 몸에 스며든 ‘우아한 거리감’이 방해한다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묘한 핑계를 가지고…
난 아무것도 한 적이 없다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만들거나
가져다주거나
내 자식이 아닌 다른 아이에게 눈길을 주거나
그런 여유가 어디에 있을까
특히 남 자식을 사랑한다는 게 정말 존경스럽다
도저히 흉내 내지 못할 노릇이다
‘내 집 내 자식만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게 솔직한 사람 마음이지 않은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렇기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아니었다
아이가 크면서 깨달았다
사회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이웃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
나도 친절하고 싶다
은혜를 갚고 싶다
습관처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여유 있는 어른
지혜로운 삶을 살고 싶다
그 길은 멀고도 멀다
저 끝, 저 저 저 끝에 있다
차근차근 걸어가야지
내가 미숙한 사람아라는 걸 아니까
난 성장할 수 있어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