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에서 100미터 달리기
언젠가부터 재미 삼아 100미터 달리기를 하고 있다.
꽃길 두 곳을 이어 100미터 트랙으로 정하고는 혼신을 다해 뛰는 것이다.
뛰고 나면 숨이 차고 심장은 쿵쾅거리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그래서일까?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입꼬리는 한참 동안 올라가 있다.
달릴 수 있는 한, 난 여전히 청춘!
모처럼 남편과 함께 뛰기로 했다.
각자 순서를 정해 번갈아 달리고, 남은 사람이 시간을 측정해 주기로 했다.
내가 먼저 뛰었다.
스톱워치를 든 남편의 신호에 맞춰 전력 질주했다.
결과는 30초!
며칠 전 혼자 뛰었을 때의 33.2초보다는 빨랐다.
이번엔 남편 차례.
고등학교 때는 달리기 선수였고, 100미터를 11초에 뛰었다는데,
이제 칠순을 갓 넘긴 그의 기록은 얼마나 나올지 궁금했다.
"Ready, go!"
째깍째깍...
27초!
"아니, 11초에 날던 몸은 어디 갔어?"
"그런데 당신 달리는 폼이 너무 귀엽다."
둘 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남편은 자신의 느려진 속도를 인정하기 싫은지, 거리 측정을 문제 삼았다.
우리가 달린 거리가 100미터보다 훨씬 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걸어보며 보폭을 세어 보기로 했다.
내 보폭으로는 180걸음.
내 걸음의 길이를 60cm라 하면,
180 × 0.6 = 108m.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데도 남편은 여전히 너무 길다고 우긴다.
한 가지, 우리 집 달리기 코스에는 문제가 있긴 하다.
일직선이 아니라 언덕이 있는 길을 돌아오는 타원형 코스라는 점!
그게 기록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우리는 앞으로 매일 달리면서 시간을 측정해 보기로 했다.
과연 기록 단축이 가능할까?
30초 안쪽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덤으로 건강까지 따라오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