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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Dec 30. 2023

내 결점도 사랑하는 사람

warts and all 영어표현

남편과 결혼 하기 전 오랫동안 미국과 한국사이 인터넷 선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를 했다. 처음에는 통화시간보다는 내가 화나서 말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었다. 결국엔 내가 못이기는 척, 다시 전화통화는 시작된다. 이틀에 한번 꼴로 화를 냈던 빈도수는 점차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화를 냈던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씩 ‘나 화낸지 너무 오래된것 같아. 화를 좀 내야할것 같은데?’라고 남편을 놀린다.


영문도 모른채 나의 화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남편은 내가 전화통화를 다시 시작할때마다 항상 이 말을 되풀이 했다.

“I love you, warts and all.”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땐 warts and all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아직 화가 덜 풀린 상태라서 ‘이게 무슨 뜻이야?’라고 물어보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결국엔 전화통화가 끝나고 영어사전을 검색해 알게됐다.


나쁜점들도 모두


내가 자주 화를 내는 것을 ‘나쁜점‘이라고 꼬집어 말하는 것 같아 처음엔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별거 아닌 일로 쉽게 마음에 상처를 받아 그 상처의 아픔을 상대에게 전가시키며 화를 내는 것은 절대 좋은 점이 아니다. 내가 지금 당장 고칠수 없는 나의 단점조차도 사랑한다는 그 사람의 말에 두 눈이 찡했다. 난 내 장점조차 사랑할 수 없는데, 이 사람은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있구나...


자기 마음에 들도록 나의 성격, 말투, 행동을 고치기보다는, 나의 모습 있는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랑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축복이다. 하지만, 난 이 사람의 결점도 사랑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기에 이 축복이 행복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축복의 포대기로 둘러 싸여 있어도 행복할 수 없는 인간 운명의 아이러니.


wart는 사마귀를 의미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부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wart에 해당하는 다양한 이미지, 사람 피부에 있는 사마귀만 생각하지 말자.

warts and all 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보통 영국 올리버 크롬웰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릴때 처음 썼던 표현이라고 한다. 피터 레일리가 크롬웰의 초상화를 그릴때 크롬웰은 그에게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마귀를 포함해 모든 것(warts and all)을 다 그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의 얼굴에는 큰 사마귀가 두개가 있다. 그래서 wart 한개가 아닌, 복수로 warts라고 한것 같다.

피터 르리가 그린 크롬웰 초상화
사무엘 쿠퍼가 그린 크롬웰의 초상화

사무엘 쿠퍼는 작은 세밀 초상화로 유명한 화가다. 그가 크롬웰 초상화에서 그린 사마귀는 매우 사실적으로 잘 그려진 사마귀로 유명하다. 고화질 사진기로 보면 사마귀 맨 윗부분이 하얗고 얇게 볏겨져 있고 완전히 역겹스럽다고 한다.



미화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면 뭐든지 warts and all 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단어 사이에 대시를 넣어서 형용사가 될 수 있다. 이는 이상화하기보다는 결점이나 불완전성을 정직하게 다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a warts-and-all biography (있는 그대로 미화하지 않은 전기)

In this warts-and-all look at the hisotry of America... (미국 역사에 관한 있는 그대로 미화되지 않은 관점...)


warts and all이라는 표현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롬웰이 이 말을 했을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크롬웰은 개인적인 허영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거짓으로 미화하기 보다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길 원했던 사람이다. warts and all을 말할때 크롬웰이라는 사람이 된 것 처럼 감정 연기를 하면서 말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 있는 역겨운 사마귀조차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크롬웰은 자신의 사마귀를 부끄러워 하기보다는 아마 사랑했을것 같다. 나의 단점인 사마귀를 부인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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