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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Jun 28. 2024

영어 뇌만 뇌냐? 한국 뇌도 중요하다!

영어식 사고에 가까운 번역문의 영향으로 한국인이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일부분 영어화됐다. 하지만 원래 한국어는 영어와 정 반대로 동적인 움직임(동사)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언어다. 그렇다고 한국어가 명사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가 좋아하는 명사는 영어가 좋아하는 명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무분별한 개발은 자연 파괴를 낳는다. ('무분별한 개발' 추상명사가 문장의 주어가 된 경우로 영어식 사고)          

            무분별하게 개발하면 자연이 파괴된다. (추상명사 '무분별한 개발'이 주어나 목적어에 오는 것을 피하고 구체적인 명사 '자연'을 주어로 해서 만들어진 한국식 사고)          


            의사의 꼼꼼한 진찰은 환자의 빠른 쾌유를 가져왔다. (영어식 문장을 영어식대로 번역한 경우: 추상명사 -'의사의 꼼꼼한 진찰'이 문장의 주어)          

            의사가 꼼꼼히 돌봐준 덕분에 환자가 빨리 나았다. (전통적 한국식 사고의 문장 : 구체적인 명사 '환자'가 문장의 주어)          


위 네 문장 모두 다 자연스러운 한국말처럼 들리지만, 한국어는 문장의 주어가 구체적인 명사 (자연, 환자)인 것을 더 좋아하고, 영어는 주어가 추상명사 (무분별한 개발, 의사의 꼼꼼한 진찰)가 될 때 더 좋아한다. 오랜 세월 영어식 번역문을 접하고 살던 한국 사람에게 이젠 영어식 번역문도 자연스러운 한국말로 들린다.

가랑비에 젖은 옷이 무서운 걸까. 한국어와 영어 간에 있는 이런 차이를 모르고 생각 없이 썼던 한국어가 오히려 영어 공부에 독이 된듯싶다. 한국어의 개성을 알아보려는 시도 없이 무조건 영어를 배우려고 덤볐던 우리의 태도가 문제다. 하지만 요새 사람들은 '영어 원어민 다운 영어 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 한국 뇌는? 한국 뇌도 같이 키워줘야 한다.



워낙 명사를 좋아하는 언어인 영어는 동사도 그 안에 명사를 담아 표현해 줘야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때도 있다. 


(1) He shouted triumphantly.          

(2) He gave a shout of triumph.          

(3) The car stopped.          

(4) The car came to a stop.          


물론 위 문장 모두 다 자연스러운 표현이고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더 많이 쓰이는 표현은 2번과 4번이다. 1번은 shouted라는 동사 하나로 표현하고 있지만, 2번은 같은 동사를 명사로 바꿔서 표현해 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 영어에서는 have a go, have a look, take a bath, make a promise, give a sigh와 같은 표현이 자주 쓰인다. 전통 한국어 사고방식으로는 동사만으로 go, look, bath, promise, sigh로 표현하겠지만 말이다.


영어보다 명사를 더 좋아하는 명사 바보 언어가 있다. 

바로 프랑스어와 독일어. 이 두 언어는 영어보다 명사를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정적이고 추상적인 느낌을 준다. 문장에 명사가 많으면 글이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명사를 많이 쓰는 언어를 그대로 직역해 한글로 읽으면 이해가 쉽지 않다.


영어가 명사를 좋아한다는 것은 명사를 꾸며주는 단어 형용사도 좋아한다는 의미가 된다. 영어의 형용사는 한국어에서는 부사로 바뀐다. 부사는 동사를 꾸며주는 단어다. 


a sudden death

갑작스러운 죽음 (영어식 직역)

갑자기 돌아가셔서 (한국식 번역)


번역체의 영향으로 한국어가 많은 부분 '영어화'되었지만, 한국어가 아직도 영어에 자리를 내주지 않은 것은 주어 자리에는 사물이 오는 것이다. 한국어는 주어 자리에는 구체적인 명사나 사람 혹은 동물이 오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영어를 구사하려면 주어 자리에 사람이 아니어도, 모두 다 올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영어는 그래서 한국 뇌로 보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세상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바로 이런 유연한 사고방식을 배운다는 것과 같다.



영어 명사를 한국 명사로 일대일 대응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한때, 영어식 문법 그대로 직역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적이 있다. 영어가 명사를 썼다면 한글도 명사로, 영어가 동사면 한글도 반드시 동사로 쓰는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더 공부하면서 깨달았다. 이런 일대일 대응식의 언어 공부는 오히려 나의 영어를 망친다. 


한글에서 동사로 표현되는 것을 영어로는 명사, 형용사, 전치사, 부사로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 고급스런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방법이다. 반대로 영어가 명사, 형용사, 전치사로 표현할 때 한글로는 동사나 부사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One has to reduce the use of wood and metal to protec the environment.

"환경을 지키려면 목재와 금속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영어식 그대로 번역)

"환경을 지키려면 목재와 금속을 적게 써야 한다." (한국식으로 번역)


한국말을 자연스러운 영어로 말하거나 쓸 때는 반대로 해주면 된다. 한국말 동사를 명사로 만들고, 한국말 부사를 형용사로, 한국말 부사 절은 명사로 만든다.




"밖에 나와 있으니 그는 기분이 훨씬 좋았다."


주어로 '그'를 쓰기보다는 "밖에 나와 있으니"를 사용하는 것이 영어식이다. 한국어는 주어가 '그' 일때가 훨씬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영어는 주어가 뭐든 다 될 수 있다. 



밖에 나와 있으니 => 밖에 나와 있기 => being outside

Being outside made him feel great. (밖에 나온것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데 주요 원인임을 강조)

Being outside felt much greater to him. (밖에 나온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는 의미)


하지만 '동사'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어의 특성때문에 이 문장을 영어로 바꿀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절'을 사용한다.

Because (Since) he was outside, he felt great.


이 문장은 주어와 동사 쌍이 2개나 나온다. 하지만 위에 영어식 문장은 주어와 동사 쌍이 하나 뿐이다. 고급영어는 주어와 동사 사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저급 영어는 주어와 동사를 남발한다. 


그러면 고급영어는 어떻게 주어와 동사 사용의 빈도를 줄이는 것일까? 바로 분사, 전치사, 형용사를 사용해 간단명료하게 표현한다.



"배가 고파서 그는 빵을 훔쳤다."


일단, 이 문장의 뼈대 문장에 해당하는 주어-동사 한 쌍을 찾아야 한다. 이 문장에는 뼈대 문장이 아닌 문장이 들어가 있다. 문장의 뼈대 문장 주어 동사는 영어로 옮길 때 그대로 사용하되, 뼈대 문장이 아닌 문장은 한국어 동사를 영어 명사로 바꾸는 것이다.


한국어 문장에서 주어는 '그'다. 동사는 '훔쳤다'이다. 

He stole a loaf of bread.

'배가 고파서'라는 부분을 한국어 습관때문에 because he was hungry로 바꾸려고 할 것이다.

He stole a loaf of bread because he was hungry.



 하지만, 이 문장을 다시 잘 생각해 보면 배 고픔 (hunger)가 빵을 훔치도록 만든 상황이다. 문장의 주어에 '핵심내용'을 넣어주면 다음과 같다.

The hunger made him steal a loaf of bread.



"배가 고파서 그는 빵을 훔쳤다."

He stole a loaf of bread because he was hungry.

The hunger made him steal a loaf of bread.



다양한 구조의 영어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영어공부다.



이 글 앞 부분에서 나온 문장을 영어로 써 보면서 다시 한번 연습을 해보자.


의사가 꼼꼼히 돌봐준 덕분에 환자가 빨리 나았다. 


고급영어는 '주어+동사'를 최대한 적게 쓴다. 그렇기 때문에 절보다는 구를 더 좋아한다. 절은 '주어+동사'가 나오는 형태를 의미한다. 이에 반해 구는 주어와 동사가 없다. 이것을 알고 나면 'Because the doctor carefully treated the patient ...'로 시작하려는 우리의 습관을 고치기 쉬울 수 있다.  


의사가 꼼꼼히 돌봐준 덕분에 => 꼼꼼한 의사의 진료 => The doctor's careful examination


그럼 동사는 뭘 써야 할까? 이럴 때 구동사가 필요하다. 딱히 큰 의미는 없지만, 동사 자리는 채워야 할 때 필요하다. bring about (유발하다, 야기하다, 초래하다). 하지만, bring이라는 동사의 기본 의미를 생각해 보면 (만들어내다, 제공하다')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동사이기도 하다. 


The doctor's careful examination brought about 


'환자가 빨리 나았다'라는 절도 명사구로 바꾼다. the patient's speedy recovery


The doctor's careful examination brought about  the patient's speedy reco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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