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보다 남자의 장 길이가 훨씬 더 긴 것 같다. 우리 집에 사는 사람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정확하다. 물론 인구학적으로는 다르겠지만.
8시 반까지 출근해야 하는 남자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난다. 아침 2시간을 꼬박 변기 위에 앉아 보내야 겨우 샤워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2시간 동안 힘을 줘도 결과는 겨우 닭똥만큼이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급해 급해"하며 바로 화장실로 달려간다. 오후 6시가 돼서야 아침 두 시간 동안 힘썼던 결과가 나온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이런 일상에 묻혀 살다 보니 화장실이 급하다며 달음박질하는 남편의 말이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의 말을 한국말로 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로 달려가며 남편은 다급한 목소리로 항상 소리친다.
"I need to go, I need to go."
화장실에 바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사람들은 "급해 급해"라고 한다. 우리말을 그대로 영어로 번역해서 옮기면 emergency, urgent situation 등이 나올 듯하다. 아니면 'fast'?
물론 이 모든 표현을 쓰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일상에서 간단하게 쓸 수 있는 표현은 "I need to go"다.
처음엔 의안이 벙벙해 혼자 속으로 질문을 던지곤 했다.
"어딜 가는 건데?"
하지만, 곧바로 화장실 변기로 직행하는 남편을 보면서 "아~ 화장실!"이라고 스스로 깨달았다.
물론 "I need to go to the bathroom"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the bathroom이란 단어는 남편이 처한 상황에서는 문맥에서 뻔히 알아차릴 수 있는 단어이기에 생략한 것이다.
작년 미국 중학교 교실을 참관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 Can I go to the bathroom?"이었다. 과목당 80분간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는 시간표로 인해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없어 수업 중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the bathroom이라는 말을 써야지 정확한 의사전달이 가능하다.
눈치가 다른 인종보다 백배 빠른 한국사람들이지만, 영어를 공부할 때는 유독 이 한국식 눈치를 버리는 것은 큰 문제다. 한글이든 영어든 모든 언어는 '문맥'이 핵심이다. 언어로 표현하지 않는 문맥을 읽어내는 '눈치'를 각 언어에 맞게 길러줘야 한다. 한국말은 많은 단어를 생략해도 가능한 언어라 눈치가 가장 많이 발달한 언어지만, 영어도 어느 정도 눈치가 있어야 한다.
I need to go 대신 쓸 수 있는 표현은
I gotta go.
I need to pee. (오줌 싸야 해)
I need to poop. (똥 싸야 해)
Nature calls.
I can't hold it much longer.
더 급한 상황을 표현하려면,
I'm about to explode. (나 곧 폭발해)
I'm bursting. (나 터진다)
I'm dying here. (나 여기서 죽어)
I'm gonna wet myself. (바지가 젖을 것 같아)
물론 상대가 직장상사나 나보다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사람이라면 저런 표현은 엄청난 실례다. 하지만, 격의 없이 지내는 친한 사람들과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표현이다.
격식을 차리는 상황에서는
Excuse me, I need to go to the ladies' room / men's room / restroom.
If you'll excuse me, I'll be right back. (구체적으로 어디 가야 한다는 말 없이 이렇게 말해도 문맥상 '화장실 가는구나'라고 알 수 있다.)
격식을 차리는 상황에서 쓰는 표현은 비격식적인 상황에서 쓰는 표현보다 더 복잡한 문법을 쓰고 있고 단어도 더 많이 쓴다.
영어는 문법으로 '존댓말'을 표현하는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