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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l 20. 2024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산문집

중고서점에 책을 팔았다. 

8만 원 정도의 예치금이 생겼고 아이들 책을 구입했다. 

내 책은 구입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다가 주차시간이 되어 다 읽지 못한 아쉬움에 구입해 들고 왔다. 

이도우 작가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소설을 쓴 작가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읽고 굉장한 로맨스 소설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 작가의 산문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은 산문들 사이에 짧은 소설들이 들어있다. 

'나뭇잎 소설'이라는 코너를 두어 다양한 이야기를 실었다. 이 짧은 소설들이 꽤 재미있다.  




소설에서도 따뜻함이 묻어났는데 이번 에세이 역시 사람냄새가 나는 글들이 많았다. 

겉모습을 보고 판단을 하면 안 되지만 인터뷰 글에 올라온 저자의 외모를 보면 따뜻할 것 같다. 어떤 잘못을 해도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이다. 


그래서 한 글자라도 더 쓰고 싶나 봐. 뭐라도 써놓아야 덜 쓸쓸하고 살아 있는 것 같고, 나중에 떠날 때 덜 억울할 것 같아서. P21


누가 시켜서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연재를 시작했으니 쓰고 있고 쓰고 보니 하루가 가득 찬 것 같아 좋았다. 그렇게 연재글을 늘려 가면서 읽는 책도 많아졌다. 괜찮은 카페를 찾고, 작업을 하고, 또 읽고, 쓰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여름을 맞기에 부족함이 없다. 즐겁다. 





소설가라 그런지 표현력이 참 좋았다. 동화를 쓰는 내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쓴 문장들을 다시 고쳐보기도 했다.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라면 예전에는 재미만을 얻기 위해 책을 읽었다면 요즘은 소재를 찾기 위해 읽는 느낌이 든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급독자가 된다는 교수님이 말씀이 이해가 되었다. 


- 그 나무 앞에 서서 바라보면, 아홉 시 삼십 분 같은 느낌으로 뻗은 굵은 가지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나뭇가지가 분침이라고 상상하면, 그 십 분을 가리키는 쪽의 골목으로 들어오세요 p33


 - 도토리 몇 알과 장미꽃, 계수나무토막들과 별똥별 가루를 적절히 배합하면 날마다 전혀 다른 것들이 뚝뚝 만들어졌다. 재료는 같은 데 기계에서 튀어나오는 발명품은 달랐으니, p78


- 마당에 포도송이처럼 흰 등꽃이 피고 운동장에 보랏빛 등꽃이 피면 한 살씩 봄을 먹었네. P110


수려한 문장들 사이에서 읽는 기쁨에 대해 만끽하고 있는데 옆 자리 테이블에서 통화를 멈추지 않는다. 뜨문뜨문 대화의 내용이 들려서 괴롭다. 아예 안들리거나, 확실히 내용을 알게 되거나 하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텐데. 크크. 

다시 책에 집중하기로 했다. 


추운 가요? 그렇다면 책을 사세요.
당신은 여전히 춥겠지만 책이 남겠죠. p278


그래서 내 책장에는 책이 그렇게 가득한가 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라서. 

작가의 예전 소설을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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