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한운성 컬렉션’ 전시 리뷰

by 와이아트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한운성컬렉션 기증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한운성(1946-)은 한국을 대표하는 판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는 사실 판화뿐만 아니라 회화와 디지털 드로잉 작업까지 작품세계를 넓혀가며 반세기에 걸친 탐구와 실험을 보여준 작가이다.


ISIMG-1112046.JPG 전시 포스터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명 : 한운성컬렉션 기증기획전 《그림과 현실》

전시 기간 : 2025.12.09. ~ 2026.03.22.

전시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한운성은 계속해서 매체를 변화시켜 나가며 시대의 기술과 시각 환경의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수용하였는데,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현실은 어떻게 이미지로 존재할 수 있는가?”



조금 어려운 질문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리 복잡하지 않다. 화가는 ‘현실’을 ‘이미지’로 담아내는 사람이다. 즉, 화가는 ‘현실’과 ‘이미지’ 사이를 유영하는 존재로 볼 수 있으며, 한운성에게도 이미지는 현실을 인식하고 탐구하는 방식이었다. 전시 제목 《그림과 현실》 또한 이러한 그의 작업세계를 응축하는 표현이며,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195점의 판화 컬렉션을 바탕으로 평생에 걸친 그의 예술적 탐구를 조망한다.


343.jpeg 한운성, <황무지 Ⅰ>, 1980.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총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 구성에서처럼, 초기작부터 현재까지 시기별로 작품을 살펴보는 것이 그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순차적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초기 작업(1964~1981)


한운성은 1972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한국인 최초로 미술 분야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필라델피아의 템플대학교 타일러 미술대학 대학원 판화과에 진학한다. 풀브라이트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장학 제도인데, 1970년대 초반에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서 판화를 공부했다는 사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변신.jpeg 한운성, <변신>, 1973.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그는 유학 시절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판화 기법을 습득하며 매체적 실험을 활발히 이어갔다. 그의 <변신> 시리즈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재학 시절부터 유학 시절에 이르기까지 제작한 판화 작품으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소설 『변신』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때때로 자신을 객관화하여 자신에서 소외되고 자기의 가치를 부정함으로써 자신으로 하여금 변신의 발판을 끊임없이 갈아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한운성


안티.jpeg 한운성, <안티고네>, 1973.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한운성에게 ‘변신’은 불안의 감정에서 비롯된, 자신을 끊임없이 갱신하려는 예술적 태도였던 듯하다. 그는 그로테스크한 유기체를 압착한 듯한 형태로 불안을 시각화하며, 농담의 중첩과 세밀한 선묘를 통해 에칭과 애쿼틴트의 조형적 가능성을 실험하였다.


* 잠깐! 에칭(Etching)애쿼틴트(Aquatint)란?

: 동판화의 한 기법인 ‘에칭’은 금속 표면의 특정 부분을 화학적 부식 작용을 이용해 제거하여 원하는 모양이나 패턴을 만드는 공정이다. 에칭 기법을 변형한 ‘애쿼틴트’ 또한 동판 또는 아연판을 부식시켜서 표현하는데, 판에 설탕 가루나 송진 가루 등을 분사해 가루가 묻지 않은 부분만 부식액으로 부식시켜 표면에 작고 고른 점각을 남기는 판화 기법이다.


잊혀진 전설.jpeg (좌) 한운성, <잊혀진 전설>, 1974. (우) <변형>, 1974.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한운성은 미국 유학 시기 위와 같은 기하학적 추상 작업도 시도했다. 세리그래피(실크스크린)와 석판화 등 여러 판화 기법을 통해 동양철학과 서구적 조형원리를 결합한 시도로 읽힌다. 왼쪽의 <잊혀진 전설>은 찢어진 종이처럼 보이는 색면을 교차시키고, 사각형으로 비워진 기하학적 요소를 계산적으로 배열해 화면의 균형과 긴장을 동시에 구축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대비 구조는 노자의 ‘이원론(二元論)’에 근간을 두며, 상반된 요소의 공존을 통해 구상과 추상,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사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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