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 사이를 거닐다 보면 종종 좋은 책을 우연히 발견하곤 한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도 하는데, 뜻밖의 기쁜 발견이나 우연히 얻은 좋은 경험 등을 뜻하는 말이다. 최근 도서관에서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꺼내들었다. 데이비드 핀의 『미술관 관람의 길잡이』(1993)라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미술관을 방문하는 데 있어 좋고 나쁜 방법이란 없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술관 문을 들어설 때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규칙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자신을 흥미롭게 하는지, 또 어떤 작품이 자신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지 찾아내고 즐겨보자는 제안이다.
한국 사회의 오랜 문화적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저어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야 자기 주장도 잘하고 개성을 강조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그리 빨리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획일화된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술관에서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는 것은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 뿐더러, 어차피 자신을 위해서 마련된 잔치에 온 것이므로 그것을 최대한 즐길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저자의 첫 번째 제안은 약간 의아하게도 ‘안내 책자’를 꼼꼼히 살펴보라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유롭게 즐겨보자는 주장인 줄 알았는데, 안내 책자라니. 저자는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1~2분 동안에 안내 책자를 통해 미술관에 어떤 전시와 작품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중요 작품을 놓쳐 버리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 요즘 가장 핫한 전시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에서도 허스트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둔 공간이 따로 존재하는데, 놓친 관람객들이 꽤 있는 것 같았다. 지하 1층의 3, 4, 5 전시실과 서울박스에서 전시가 진행 중이지만, 2층 MMCA 스튜디오에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처럼 무언가 기대할 수 있는 작품들이 어느 것인지 미리 알고 선택한다는 것은 미술관을 찾았을 때 매우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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