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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현대사진 작품

by 와이아트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1955-)는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이다. 사진 낙찰가 상위 30위권에 그의 작품이 약 10점이 올라가 있다. 그의 작품 중 최고가는 <라인강 Ⅱ>(1999)인데, 201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33만 달러(약 50억 원)에 낙찰되었다.


AndreasGursky-0729668bb0a37dbcad8bd4613797fba7-1800.jpg 안드레아스 거스키, <라인강 Ⅱ>, 1999. ⓒ Andreas Gursky


<라인강Ⅱ>는 독일 뒤셀도르프 외곽의 라인강을 담아낸 작품이다. 디지털 작업을 통해 수평선을 길게 늘여서 추상적이고 평면적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사진이 아니라 회화 작품처럼 보이는 느낌이다.


* 잠깐! 가장 비싼 사진 1위는?

: 만 레이(Man Ray, 1890-1976)가 찍은 <앵그르의 바이올린>(1924)이 몇 년 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240만 달러(약 167억 원)에 팔렸고, 에드워드 스타이컨의 <The Flatiron>(1904)도 1,180만 달러(약 159억 원)에 낙찰되며 거스키는 작품은 3위로 밀려나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현존하는 작가 중에서는 여전히 최고 경매가를 기록하고 있다.


거스키의 작품은 왜 이렇게까지 높은 가격에 거래될까? 거스키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포스트모던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사진의 역사를 다시 쓴 거장이다. 오늘은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삶과 예술세계를 탐구하면서 예술적 가치에 대해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사진은 흔히 객관적인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현실 혹은 진실을 담보하는 매체로 불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사진으로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현실을 재현한다는 특성 때문에 사진은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곤 했는데, 사진작가들은 재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특히 디지털 사진이 등장하면서 사진은 현실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사진이 등장했을 때 회화의 시대는 끝났다고 언급되기도 했었는데, 이후 회화는 현실 묘사에서 해방돼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디지털 사진 또한 새로운 리얼리티를 담아내면서 예술적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AndreasGursky-491f357f4b09d832660cf6b392347858-1700.jpg 안드레아스 거스키, <99센트(99 Cent)>, 1999. ⓒ Andreas Gursky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작가가 바로 안드레아스 거스키이다. 그는 대형 화면에 후기 산업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데, 현대적이고 미학적인 초대형 컬러사진이 그의 시그니쳐이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1955년 독일 라이프치히의 상업 사진가 집안에서 태어나 뒤셀도르프에서 자랐다. 할아버지가 초상 사진가였고, 아버지는 성공한 사업 사진가여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진과 친숙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81년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해 ‘유형학적 사진의 선구자’라 불리는 베른트·힐라 베허부부에게서 사진을 배운다. 이들 부부는 독일의 공업 지대에서 낡은 공장과 산업 건축물들을 촬영하며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을 선보였다.


W1siZiIsIjMwMzE5OSJdLFsicCIsImNvbnZlcnQiLCItcXVhbGl0eSA5MCAtcmVzaXplIDIwMDB4MTQ0MFx1MDAzZSJdXQ.jpg 베른트·힐라 베허(Bernd & Hilla becher), , 1988. (출처: MoMA)


* 잠깐! 유형학적 사진이란?

: 현대 사진 예술에서 자주 보이는 경향으로, 같은 종류와 같은 모양, 같은 형태를 가진 대상을 일정한 형식으로 모아 찍은 사진을 뜻한다. 엄격성, 획일성, 규칙성, 통일성, 정형성 같은 특성을 띠게 된다. 유형학적 사진은 작가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사물의 형태에만 집중하는 ‘즉물주의적’ 태도를 취하게 되는데, 현실을 연속적으로 재현하면서 불특정 대상의 무표정하고 무의미한 일상을 담아낸다.


AndreasGursky-c965d9c862baf7a21691d3d99785caec-1500.jpg 안드레아스 거스키, <클라우센 패스>, 1984. ⓒ Andreas Gursky


이들 교수 부부에게 사진을 배운 안드레아스 거스키 또한 유형학적 사진을 선보인다. 베허 부부가 사라져 가는 산업 공장을 촬영했다면 거스키는 인간 존재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사진 작업을 지속해나갔다. 거스키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확립한 것은 <클라우센 패스(Klausen Pass)>(1984)부터라고 볼 수 있겠는데, 그는 촬영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나중에 발견하게 되면서 호기심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적인 광경을 보여주는 파노라믹 뷰를 통해 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활동을 추적하게 된다. 아주 작게 표현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가.




현대 후기 자본주의 세계 묘사


1990년대 이후 거스키의 관심은 보다 넓은 세계로 확장된다. 그는 ‘현대 후기 자본주의 세계의 묘사’라는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인간을 탐구한다. 이 시기의 사진은 크기도 더 커지고 대도시나 대형 행사의 모습을 다루기 시작하는데, 글로벌화된 후기 산업 사회를 묘사하는 사진들이 대표적이다.


AndreasGursky-2333d8d60ea7c866feb88b0ccf558a2e-1500.jpg 안드레아스 거스키, <살레노 I>, 1990. ⓒ Andreas Gursky


<살레노 I(Salerno I)>(1990)라는 작품을 함께 보자. 그는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완전한 전체로서 제시되는 전망을 사진 속에 담아내고 있다. 대상에 따라 거리를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한꺼번에 조망하는 파노라믹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사진이 ‘원근법’을 반영한다고 생각하지만 거스키는 ‘소실점’이나 ‘중심’을 무의미하게 만들면서 새로운 시점을 창조한다.


거스키의 사진 작품은 대부분 수평선에서 촬영되거나 혹은 그보다 더 높은 시점인 ‘새조망점(bird’s eye view)’을 택한다. 즉,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인데, 이러한 시점은 작가가 개입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약간의 거리감을 만든다. 바라보는 눈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독특한 시점이다. 약간 위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파노라믹 뷰는 현대 도시 공간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것 같다. 사진 속 아주 작게 표현된 사람들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면서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AndreasGursky-dd2aed02150391ada61c22a029efdcd3-1800.jpg 안드레아스 거스키, <아마존(Amazon)>, 2016. ⓒ Andreas Gursky


물론 이런 사진은 모두 디지털 보정이 들어간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사진은 ‘조작’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사진이라고 하면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거스키는 사진에 디지털 변형을 가하면서 새로운 양식을 창조해낸다. 누군가는 조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거스키가 사진과 합성기술을 도구로 삼아 ‘현대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사진을 이어붙이고 색을 보정하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사진을 합성하면서 새로운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현실을 닮았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낸 것인데, 이로써 사진과 회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이미지를 재구성해낸다.


AndreasGursky-8ac09edb791b22902eed9d3b8a536bde-1700.jpg 안드레아스 거스키, <파리 몽파르나스>, 1993. ⓒ Andreas Gursky


<몽파르나스(Paris, Montparnasse)>(1993)는 폭이 2미터, 너비가 4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사진이다. 이 사진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급변하는 대도시 파리의 현대화된 주거 공간을 보여준다. 평면적이고 기하학적인 현대의 도시 공간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실제 건물이라기보다는 한 장의 그림을 찍어놓은 듯한 모습인데, 깊이감도 모두 제거돼 완전히 평면적으로 보인다. 특히 건물의 외곽선을 잘라내서 경계를 지운 부분은 건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관람객이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든 관계없이 모두 동일한 크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아파트 안의 사람들도 모두 동일한 크기로 존재한다.


거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 진짜 현실 대신에 인위적으로 재구성된 새로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의 모습을 기계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생각한 도시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도 그렇지만 대도시의 주거공간은 천편일률적이고 획일화되어 있는데, 이러한 자신의 견해를 담아 끊임없이 지어지고 있는 도시의 건물을 은유한다.


“거스키의 사진은 ‘현대 생활의 백과사전’으로서 현대의 풍경을 보여 준다.”
- 캐시 시겔(Katy Siegel)·예술가



사실 그가 초대형 사이즈의 작품을 제작한 이유는 대형 전시장에서 대형 회화와 나란히 놓였을 때 동등하게 주목받기 위해서였다.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붙이고 디지털 보정을 거쳐 선명함을 유지한 것도 새로운 방식이다. 5미터가 넘는 거스키의 사진 앞에서는 누구나 압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AndreasGursky-6807ed775a29ff41d73224c4825b58ca-1500.jpg 안드레아스 거스키, <도쿄 증권거래소>, 1990. ⓒ Andreas Gursky


<도쿄 증권거래소(Tokyo Stock Exchange)>(1990)는 현장감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거스키는 느린 셔터 스피드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담아내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중앙의 카운터는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중심을 잡고 있다.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옷을 입고 있어서 혼잡한 와중에도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 무질서한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잘 통제되고 있는 현대사회를 표현한 것 같다.


AndreasGursky-121b202c3e3e70222450d38c8f12e65f-1500.jpg 안드레아스 거스키, <시카고 선물거래소 III(Chicago Board of Trade III)> 2009. ⓒ Andreas Gursky


거스키의 작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기하학적 조화를 이루고 미학적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그는 촬영하는 대상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시각적 경험을 이미지로 전환하면서 ‘이미지 촬영’에서 ‘이미지 제작’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결국 그는 사진을 통해 본질에 접근하려는 것 같다. 오늘날의 현대사회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디지털 합성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의식적으로 재구성해내야만 현실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이러한 창조적인 작업으로 그의 작품은 예술적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거스키는 우리에게 세계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 Johan Thorn Prikker·예술가




AndreasGursky-2294030aa386d05fbf6deb582b743bd3-1700.jpg 안드레아스 거스키, Kreuzfahrt(Cruise), 2020. ⓒ Andreas Gursky


거스키는 끝없는 수평선과 동일 패턴들, 수많은 사람들이 집적되어 있는 광경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숭고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단지 현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주관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우리에게 ‘현대의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현대적 이미지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처리를 시작했다는 말도 수긍이 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뒤섞인 것이 바로 현대의 이미지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현실의 사실적 재현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디지털 변형은 가해졌지만 이를 통해 현대의 실존적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다. 거대한 자연과 인공물 앞에서 왜소한 인간 존재를 담아냄으로써 숭고미를 표현하고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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