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노랑

show me your true colors

by 파인애플

"본인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깔인가요?"


처음 대학교 동아리 면접에서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빨강'이라고, 열정이 넘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때 학교 선배들이었을 면접관의 얼굴 비친 표정을 보니 하루 종일 들었을 똑같은 대답에 질린 것 같았다. 나만의 색을 찾고 나만의 스토리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순간이었다.


두 번째로 나를 나타내는 색깔 질문을 들은 것은 내가 정말로 가고 싶던 기업 면접 때이다. 내 대답은 밝고 따뜻한 '노란색'이었고 면접을 통과했다.


여의도, 광화문, 역삼 오피스 빌딩 숲을 돌아다니다 보면 세상이 회색으로 보인다. 회색 빛에 물들어 나도 무채색이 되어간다. 그 회색 빛 기업 속에서 나도 회색을 입고 있었지만 그 안에 숨긴 노란색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고 외로웠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면 인근 직장인들이 단정하게 차려입은 옷은 흰색, 검은색, 검정에 가까운 짙은 남색, 아이보리, 부드럽게 색이 들어간 파스텔 색.. 정도가 보인다. 직장인 무리에서 숨어 숨바꼭질을 하면 찾는데 한참 걸릴 듯 도플갱어들이 한가득이다.


다 같은 헤어스타일, 다 같은 브랜드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 같다. 여름에는 하나같이 랄프로렌, 스투시, 꼼데를 걸쳐 하루에 같은 옷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겨울에는 회사에 들어가는 길인지 몽클레르, 버버리 매장에 들어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공구라도 한 듯 주얼리도 하나같이 너도 나도 아는 그 모양으로 반클리프, 불가리, 티파니 목걸이를 걸치고 있다. 차가운 사회에서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유니폼을 스스로 찾아 입으면서 소속감을 찾는 것일까, 나는 너와 같은 부류니 안심하라고 악수를 내미는 것인가?


개성이라고는 볼 수 없는 집단에서,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침묵을 요구하는 관계 속에서, 남을 따라가기 바쁜 사회에서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혁신적인 비즈니스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모두가 같은 검정 패딩을 입고 있을 때 빨간색 코트를 입으면 불필요한 주목을 받게 된다.

햇살같이 쨍해서 눈부신 옐로, 산타가 입을 것 같은 레드, 화사한 꽃무늬를 입어도 컬러풀함 속에 어우러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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