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에게 탱고를 물었다.
어제도 밀롱가에 가서 탱고를 췄다. 요즘은 월요일에도 가고, 금요일에도 가고, 토요일에도 가고, 일요일에도 간다. 일년 중 가장 한가한 시기라 그렇다. 어제는 춤을 추고 와서 남편한테 골반과 무릎 관절이 아프다고 징징거렸다. 평소에 아무리 춤을 춰도 아프지 않은 부분인데, 어제는 평소에 잘 안 추는 분들과 췄고, 아무래도 어제 내 몸 상태에는 무리였나 보다.
탱고를 추다 보면 신기한 게 상대방이 족저근막염이 있는지, 왼손잡이인지, 최근에 손목이 아픈지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서 탱고 음악 4곡으로 구성된 한 딴다를 한 사람과 추고 들어오면 어쩐지 나도 발이 아프거나 손이 아프거나 한 것이다. 사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함께 춤을 추는 상대방의 에너지나 감성도 모두 전달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날에는 펄떡거리는 생선처럼 건강한 에너지를 내뿜던 사람이 다른 날에는 축 처진 파김치처럼 지쳐 있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에는 몽글몽글 세상 다정하고 따뜻하다. 그래서인지 갈 때마다 같은 사람들하고 춤을 춰도 재미없거나 지루하지 않다. ‘오늘은 내가 위로해줘야지, 오늘은 나도 신나게 달려야지, 오늘은 내가 슬퍼해야겠다’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음악과 상대방에게 몸을 맡긴다.
예전에 나의 탱고 파트너이자 남편과 동호회 품앗이(강사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수업을 듣는 분들 등 뒤에 빈 연습장을 붙이고, 기본 자세인 아브라소 안에서 약간의 걷기 동작을 한 뒤, 그 사람의 아브라소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적어주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등 뒤에 붙이고 여러 사람과 춘 뒤 적기 때문에 일종의 익명 롤링페이퍼 같은 개념이었는데, 곳곳에서 ‘맑음, 쾌청, 기린, 코알라, 자갈, 강물, 고양이’ 등의 단어들이 나왔다. 탱고를 추다 보면 그 사람의 개성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게 참 신기하다. 세계적인 유명 댄서와 춘 어떤 이의 말을 빌리면, 그 댄서의 느낌은 커다란 야생 구렁이 같았다고 한다. 나는 언제쯤 그렇게 강렬한 댄서가 될 수 있을까.
이렇다 보니 나는 늘 내 춤에 대해 궁금하다. 가장 만만한 남편에게 내 춤의 느낌에 대해 물어보면 남편은 ‘보배는 일단…’으로 시작한다. ‘일단~, ~ 해야 한다.’ 당위성에 대한 주장이 나올 법한 부사어로 시작되는 걸 보고 남편의 언행을 제지했다. 실력 말고 느낌에 대해 말하는 거라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눈빛으로 위협했다. 남편은 움찔하더니 대답했다.
무채색? 보배는 대체 무슨 생각하면서 춰?
문득 어렸을 때 내가 스무 살이 되어서 예쁘게 꾸미고 친오빠에게 나는 언제가 제일 예쁘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났다. 대답을 안 하길래 질문을 정정해서 ‘그럼 나는 언제가 제일 못생겼어?’ 하고 물었다. 친오빠는 명쾌하게 ‘꾸민다고 꾸몄을 때’라고 대답했다. 주먹이 드릉드릉했지만 내가 물어봤으니 뭐. 남편은 점점 친오빠화 되어 가고 있는 건가.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싶은 사람한테 하필이면 무채색이 뭐람. 믿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나도 가만 있는 편은 아니다.
오빠는 코끼리 같아. 근데 또 카스테라 같기도 해. 우유 찍어서 물렁물렁해진 카스테라.
남편의 콧김이 세지는 것 같지만, 아랑곳없이 놀려주다가 서로의 춤에 대해 말하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무채색의 내 마음에 잿빛 구멍을 뚫고 마무리된 내전이었다.
탱고 실력을 높이는 방법에 ChatGPT는 주기적으로 연습을 하고, 파트너를 찾아 수업을 들어야 하며, 탱고 음악 공부와 좋은 피지컬 상태를 만들기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럼 내 춤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ChatGPT는 알까. 앞으로 나는 나만의 탱고 개성을 기르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상상력도 키우고, 따뜻한 봄바람이나 시냇물의 흐름,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뭇잎을 조금 더 많이 관찰할 테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커다란 야생 구렁이까지는 못되어도 맑은 봄날의 느낌을 담은 댄서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물론 여전히 탱고를 추기에 편안한 몸이 되기 위해 좋은 피지컬 상태를 만들고 연습하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일은 미뤄놓은 운동을 꼭 가야겠다. 내 무릎과 골반 관절을 위해, 그리고 나와 춤추는 상대방의 관절을 지키기 위해 일주일에 3번은 꼭 운동을 가야겠다. 탱고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주변의 모든 관절들을 사랑해야지. 이번 봄부터는 연습하자는 남편의 말을 귓등으로는 들어야겠다.
탱고 안에서 나만의 개성을 살리려면?
ChatGPT의 대답
Getting your own personality to shine through in tango dance is a process that takes time and practice, but here are a few tips that may help:
1. Be yourself: Rather than trying to mimic someone else's style or personality, focus on expressing your own unique self through the dance.
2. Embrace your strengths: Whether it's your musicality, sense of humor, or natural elegance, focus on your strengths and use them to your advantage in your dancing.
3. Experiment with different styles: While it's important to learn the basics of tango, don't be afraid to experiment with different styles and variations to find what feels most natural to you.
4. Develop a connection with your partner: Tango is a partner dance, so developing a strong connection with your partner is crucial. Learn to communicate through movement and allow your personalities to complement each other.
5. Attend social dance events: Attending milongas and other social dance events is a great way to observe and learn from other dancers while also honing your own style and personality on the dance floor.
Remember, tango is an art form that allows for individual expression and interpretation. Don't be afraid to be yourself and let your unique personality shine through in your dancing.
*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 탱고에 바나나 2월 발행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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