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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Dec 13. 2023

합격 후 미국 인턴을 포기한 나의 이야기 (4)

드디어 퇴사, 누군가 아니라고 말해주길 기다렸을 수도.

<지난 화>

3. 나에게 100% 맞는 회사는 없다. 하지만 '좋은 기회'와 '괜찮은 연봉'으로 포장해 나를 괴롭히진 말자.



4. 누군가 그거 아니라고 말해주길 기다렸을지도. 하지만 이기적이여 보여도 먼저 빠르게 요청해야 한다.

한국 오피스에서 나이스한 동료들과 일하며 회사의 문제점을 흐린 눈으로 바라봤다.

해외 취업의 어려움도 알기에 이 정도 조건이면 나는 럭키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업무를 하면 할수록, 직원들과 가까워질수록 조직의 문제점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직의 문제점이 곧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자 나의 고통이 된다는 게 실감 나기 시작했다.

나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으니 최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했는데 잘 안 됐다.

내가 더 노력한다고, 내가 더 참아본다고 내가 적응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그렇게 한 달 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퇴사를 결정하는데도 나의 선택을 의심하기에 앞섰다. 나만 참으면 좋은 기회를 얻는다는 생각에 좋지 않은 회사임에도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무딘 성격이 아닌 나를 자책했다.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와중, 퇴사한 직원들과 연락이 닿았다. 몇 번의 연락 끝에 나는 덕분에 퇴사라는 결정을 출국 전에 내릴 수 있었다.


내가 혼자서만 생각했던 의심들이 모두 팩트였다. 1차 면접 때 면접보다 잔소리로 시간을 채운 대표는 실제로 마이크로매니징이 심한 꼰대였다. 대표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자가 여럿이었으며 이는 직원들의 퇴사로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출국하게 된다면 대표와 단둘이 일해야 할 확률이 100%에 가까웠다. 직원 수 역시 에이전시에게 안내 받은 자료에 적힌 내용과 상이했다.


면접, 입사 과정에서 에이전시에 꼼꼼하게 물어 회사의 상황을 파악했다. 입사 후에도 면담을 통해 회사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냈다. 700만 원에 달하는 비자 비용을 내기 전에 나도 확신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이전시와 회사 관계자라는 신뢰성 높은 정보처에게 나에게 필요한 정보는 다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하지만 다 소용없었다. 그들이 하는 말이 팩트가 아니라면, 팩트일지라도 교묘하게 다르게 이야기했다면.


그래서 비자 비용을 내기 전에 실제 미국에서 일한 직원들에게 팩트 체크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 컸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실제로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과거 회사 생활을 알려달라는 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원들과 접점이 닿을 때까지, 나에게 혹여나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 발짝 물러나 나름대로 배려를 했다. 하지만 했었어야 한다. 나의 미래, 인생이 걸렸는데 조금 이기적인게 대수인가.


그래서 돈을 벌 때는 어렵지만 쓸 때는 쉽게 쓴다고, 나는 나를 교묘하게 설득한 에이전시를 공신력 있다고 착각하고 쉽게 고용한 것이다.


어쩌면 나 스스로도 알았던 것 아닐까. 직원들과 연락하면 내가 퇴사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말이다.



<다음 화>

5. 어쨌든 수고했다. 무너지지 않고 견뎌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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