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배의 법칙이 아닌, 나에게 적당한 금액을 생각해 보자
가라앉았던 부기가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지 또다시 시작되었다.
내 총몸무게의 10%가 이삼일 내에 증가하는 걸 보고 있으면 두려움이 슬금슬금 몰려온다.
그러면 자연히 조기 은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내 건강이 일반적인 회사생활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충격이 너무 크지 않게 재정적으로라도 안정적인 상황을 만들어놓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파이어족에 대해 말할 때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25배의 법칙에 따르면 나는 이미 진작에 목표를 이뤘다. 돈이 많다기보다는 내 소비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다지 소비에 대한 의욕이 없어서 일 년에 2000만 원 쓰기도 어렵다. 연 2000만 원 이내 소비를 목표로 잡는다 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아마 매해 몇백만 원은 남길 것이다. 그렇다면 5억이면 충분할 텐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우선, 나는 연간 5%의 수익을 매년 낼 자신이 없다. 현재까지는 그 정도는 되었던 듯 하지만 계속 운이 따라줄 것이라고 어찌 장담하겠는가.
둘째로, 소비에 대한 취향은 바뀔 수 있다. 지금이야 내 소비취향은 기껏 먹는 거, 책, 아주 협소한 취향의 향수 정도에만 그치지만, 은퇴를 하고 시간이 많으면 새로운 취미가 생길 수도 있고 가지고 싶고 누리고 싶은 것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늘어난 자유 시간만큼 그 시간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셋째, 수입이 없을 때의 불안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산이 필요할 것 같다. 유튜브의 은퇴한 40대 부부들의 삶을 보면 그들도 이미 충분한 계산을 끝내고 파이어족이 된 것일 텐데, 밥 한 끼, 마트 장 보는 비용, 주차비 등 등 하나하나 일일이 과하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다. 정기적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런 사소한 비용까지도 더욱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아예 넉넉히 모아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파이어족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너무 현실처럼 다가왔고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체감할 수 있었다.(그들은 그다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내 상황이라고 가정했을 때)
해가 갈수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게 수정이 되겠지만
지금 대략적으로 생각해 보면
지방소도시에 아파트를 하나 더 사고(실거주용)
지금 집은 월세로 내놓고
유동자금으로 5억 정도(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안정성에 중심을 둔 운영)
이 정도면 필요한 소비나 여행자금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불안함 없이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내 취향이 바뀐다 한들 내가 갑자기 명품 가방 등 사치품에 관심을 가지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기껏 비싼 물감이나 사고 맛있는 거나 먹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