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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udine Jan 03. 2024

프랑스에서 병원 가기

우리 동네 친절한 Stivalet 할아버지네 병원

작년 겨울에 결막염으로 처음 만났던 Stivalet 선생님은 매우 자상하신 할아버지 의사셨다. 환자가 너무 많아 초진 환자는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공지해 놓으시고 간호사도 없이 혼자 진료를 보시기에 전화 연결도 안 되지만, 무작정 찾아가서 퉁퉁 부은 눈으로 대기실에서 몇 시간 기다리는 환자를 친절히 받아주셨다. 


프랑스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한국에 비해 너무나도 번거로운 일이기에 웬만하면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지속되는 심한 부종에 다시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이번은 초진이 아니니 Doctolib 어플로 예약이 되었고 운 좋게도 기존 예약일자보다 일주일 빠른 날짜에 한 자리가 취소되어 생각보다 빠르게 오늘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오전 7시 40분이라는 예약시간이 무색하게, 중간중간 새치기 하는 환자들(진료실 문 열리는 순간 새치기로 쑥 들어가 버리는 환자들 또는 출구에서 기다리다가 환자가 나오는 순간 출구로 들어가는 환자들)이 있어서 9시 반이 되어서야 드디어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대기 중인 예약 환자들은 의사 선생님이 너무 친절해서 예약 없이 와서 새치기하는 사람들을 만류하지 못한다고 점점 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이미 이곳에서 기다림에 대해서는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살기 때문에 두 시간 정도는 그러려니 하고 기다렸다. 중간에 프랑스 아저씨 한 분이 새치기할 때 저는 7시 40분 예약자예요 한마디 했더니 대기실 환자들이 저 여자가 먼저 들어가야 하네라고 인식하고 누군가 뒷문으로 진료실에 들어가지 않도록 감시하고 다음번 문이 열리자 내가 먼저 얼른 들어가게 도와주셨다. (대기실에서 생긴 연대감)


내가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병원의 주치의 선생님이 부친상으로 자리를 비우셨을 때 대신 진료를 봤던 경력이 적은 의사가 쎄레브렉스를 처방해서 신장이 급격히 손상된 적이 있었다. 웬만한 의사들은 쎄레브렉스가 신장 환자에게 위험한 약이라는 것을 알던데 어지간히 무식한 의사였나 보다. 운이 좋으면 소염제의 잘못된 사용으로 낮아진 신장 수치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기도 한다던데 내 신장은 그 후로 기능을 약간 회복했을 뿐 완전히 돌아오지는 못했다.


Stivalet 선생님은 제네랄리스트이고, 루푸스 환자의 증상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사실 한국에서도 웬만큼 유능한 의사가 아니면 루푸스 환자 개개인에 대한 처치를 정확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증상을 설명하면서 큰 기대는 없이 신장 대사가 아닌 간으로 대사 하는 약을 처방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경험이 많으신 할아버지 선생님은 루푸스 중 어느 증상이 있는지 체크하시고 어떤 약들을 먹는지 확인도 하시고 스테로이드 종류(캘코트는 프랑스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듯함)도 자세히 검색해 보셨다. 

약과 함께 피검사도 처방해 주셨는데 나도 피검사가 필요하고 최소한 크레아티닌 수치나 포타슘 수치 등 기본적인 것은 체크해야 한다는 것은 알면서도, 피검사는 한국 가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프랑스는 피검사를 일반병원에서 진행하기 않고 검사실에 따로 예약해서 받아야 하고 며칠 뒤에서야 그 결과를 받을 수 있고, 그 결과지를 가지고 다시 병원에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을 위해 그래도 처방은 해주시겠다고 처방전을 주셨는데 제발 그 처방전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악화되지 않고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Stivalet 선생님 참 자상하시고 감사하고 좋은데

그래도 다음 진료는 마음 편히 한국에서 보고 싶다. 그때까지 제발 무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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