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소유권과 저작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거금을 들여 요즘 핫한 작가 B씨의 그림을 구입하였습니다.
나 이런 그림도 있는 사람이야. 내가 미술 좀 알지!
과연 이래도 될까요?
언뜻 생각하면, 내 돈 주고 산 내 그림인데, 내 맘대로 쓰는 게 뭐가 잘못인가 싶겠지만, 소유권과 저작권은 달라요. 둘은 구분된 각각의 권리예요.
소유권은 내 '물건', 즉 그림이라는 유체물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라면, 저작권은 그 그림을 창작한 사람이 그 그림을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예요.
즉, 어떤 사람이 남의 그림을 허락 없이 프린트해서 팔았다면 이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인데요,
그 그림을 '소유'한다고 해서 그걸 복제하거나 배포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에요.
음악으로 예시를 바꾸면 좀 더 이해가 빠를 거예요.
내가 유명 가수의 CD를 구입하였다면, 나는 그 CD 자체의 소유권을 갖지만, CD에 들어있는 노래를 mp3로 만든 후(이걸 조용히 내 핸드폰에만 두고 나만 듣는 것까지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에요) 이걸 여기저기 뿌리면 그때부터는 저작권 침해가 되는 거죠.
그러니, 그림을 구입할 때 작가로부터 특별히 저작권까지 양도받거나 별도의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이상은 회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회사 홍보 팸플릿에 그림을 넣거나, 건물 외벽에 그림을 걸거나 하는 것들은 전부 저작권 침해가 되는 거예요.
뭐 그래, 홈페이지에 올리고 홍보 팸플릿에 그림을 넣는 것은 복제를 하는 거니까 침해라고 치자, 근데 그림 그 자체를 외벽에 거는 것도 안되나?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죠?
음악을 듣듯이 그림을 사면 당연히 어딘가에 전시를 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집이나 회사 내부 같은 공간에 정당하게 산 그림을 거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미술작품에 있어서는, 특별히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서도 '***컬렉션'과 같이 내가 모은 작품들을 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미술작품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가로ㆍ공원ㆍ건축물의 외벽 그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에게 특별히 허락을 받아야 됩니다(저작권법 제35조 제1항). 이런 이용은 미술작가가 처음 의도했던 전시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는 거죠. 그러니까 회사 안에다가 그림을 거는 건 되는데, 회사를 지나가는 차 안에서나, 길거리를 걷는 누구나가 볼 수 있도록 외벽에 그림을 거는 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