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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怪說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리며.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바닷가의 모래들과 조개껍질들처럼 저와 인간의 사이에는 원칙적으로는 같아 보이나 본질적으로는 다른 그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한 뼘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을 겨우 겨우 살아내며 아우성치는 인간의 절규가 너무도 듣그러워 저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습니다.


삶이 상징하는 모든 것을 어설프게 흉내 내는 인간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불쾌한 골짜기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손바닥을 마주쳐 무심코 죽인 모기와 같은 삶.


그런 삶을 살아가며 때로는 웃고 떠들며 때로는 구슬프게 울며 소리치는 인간들을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도 한때는 그들과 같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제 얼굴에 부모로부터 받은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가 아로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밖으로 보이는 것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 안도같게 된다면 저 하늘에 떠있는 해와 바다에 비치는 그 그림자를 같게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오직 그림자로서 이 세계에 존재합니다.


침대에 누워 생각합니다. 어떤 우연한 계기로 인간도 아닌, 동물도 아닌 저로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건지. 신을 원망하기도. 부모를 증오하기도 합니다.


태생부터 이도저도 아니게 태어난 죄로 죽음도 삶도 선택하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진실을 12살이 되던 해에 깨닫게 되었지만 인간됨을 포기하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먼지 위에 쌓인 먼지 같은 생애를.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그렇게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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