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함과 짠돌이, 그 한 끗 차이

싸게 사야 이기는 게임

by 시더루츠

나는 크게 부족하진 않지만 조금은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 다만 우리 집은 물질적인 가난보다 마음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었다. 소비는 늘 최소화되었고, 필요 여부보다 돈을 아꼈는가 손해를 봤는가에 따라 하루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었다.


손해가 큰 날에는 가족 모두가 숨죽이고 식사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늘 “우리는 가난하다, 돈이 없다”를 입에 달고 사셨다. 그러면서도 “아프리카 아이들에 비하면 괜찮지 않냐”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저 순응하며 살았다.


어린 시절 나와 비슷한 짠돌이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100원짜리 빵과 과자를 사며 누가 더 싸게 샀는지 경쟁했다. 비싸게 산 사람은 고개를 숙였고, 싸게 산 사람은 의기양양해했다. PC방도 1시간에 500원 하는 곳을 찾아 자전거를 달렸다. 늘 그렇게 살았다.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즐거웠다.


독립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가장 싼 옥탑방에서 살았고, 옷, 신발, 생필품 ‘제일 싼 것’만 고집했다. 먹거리 사치품은 스팸이 아닌 런천미트였다. 세일할 때면 몇 개씩 쟁여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하루는 시장에서 두부를 1000원에 샀는데, 다른 곳에서 800원에 파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손해를 봤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500원짜리 두부를 보고는 그만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살면서 손해 보는 일은 늘 생겼다. 그래서 나는 “가난하기 때문이지, 돈이 없기 때문이지”라며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합리화했다. 그리고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마음대로 써야지” 하고 잊어버렸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거치고, 우연한 기회로 개인 사업을 시작해 큰돈을 벌 기회를 가졌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되었지만 소비 습관은 여전했다.


나는 단순히 돈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서, 나 스스로를 싸구려 인생으로 만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말 사고 싶었던 물건은 비싸다고 무의식적으로 거부했고, 좋아하지 않는 것임에도 값이 싸면 좋다고 여기며 받아들였다. 이상한 소비 패턴이었다.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갖고 싶은지조차 돈에 의해 결정되니 마음이 성할리 없었다. 나는 조금씩 바뀌려고 노력했다. 더는 내 삶을 ‘가성비 인생’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사고 소비하기 시작했다. 팔자에 없을 것 같았던 기부도 작게 시작했다. 동물을 위한 작은 모금,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작은 기부. 현실로 옮기기까지는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검소함과 짠돌이의 차이는 돈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에 있었다. 검소함은 필요한 곳에 돈을 쓰며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짠돌이는 돈에 끌려다니며 삶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싸게 사는 데 익숙했던 내가 이제는 나 스스로를 위해 선택한다.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것이 내가 찾은 검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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