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던져졌다.

영문도 모른 채

by 시더루츠

남자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났다’기보다,
던져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른다.


갓난아기를 지나, 걷고 일어서기만 해도
금세 짐승 같은 에너지를 분출하며
세상 곳곳을 뛰어다닌다.


놀이도 대부분 승패와 서열이 분명한 놀이들이다.
누가 더 세게 던지고, 누가 더 빨리 잡고,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
그 단순한 세계 속에서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


어쩌면 싸움은 남성성의 가장 오래된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 본능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바로 <300>

스파르타의 소년들은

어린 나이에 칼을 쥐고 야생으로 내쫓긴다.
살아 돌아오면 전사로 인정받는다.
야만적으로 보이지만,
그 세계 안에서는 그게 옳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 시대에서
남자의 가치는 ‘증명’에 있었기 때문이다.


증명.


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나는 여전히 쓸모가 있는가.

여성과 달리, 남자의 필요성은
생존의 위기 순간에 더 선명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이제는 생존 이후의 삶을 고민해야 하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고,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전히
생존에 목숨을 걸고 있다.

넘어지면 끝일 것 같은 공포,
밀리면 사라질 것 같은 압박.
그 감각이 너무 오래 몸에 새겨져 있다.


세상은 이미 바뀌었는데,
내면은 여전히 전장에 서 있는 것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
패배자?
낙오자?
그저 평범한 사람?

혹은 세상 탓, 부모 탓 속에
내 가능성을 묻어두고 있는가?


남자에게 싸움은 본능이지만,

진짜 전쟁은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서 일어난다.

두려움을 외면하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나아가는 것이 용기다.


더 이상,
세상이나 주변, 심지어 가족이 바라보는 나에 갇히지 마라.

사회는 언제나 강육약식의 잣대로 사람을 평가한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탈락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너는 그 기준으로만 판단될 존재가 아니다.

너는 자신을 직접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너는 자신을 스스로 규정해야 한다.

오직 자신에 의해서만 자신에 대해 정의할 수 있다.


다만 너 자신을 바라볼 때,
조금은 따뜻한 시선으로 보아야 한다.


홀로 견뎌낸 날들,
말하지 못한 상처와 아픔들.


그 모든 것을 외면하지 마라.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너의 일부이자, 힘의 근원이 된다.


진정한 남자는
단순히 버티는 존재가 아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자기 자신을 소모품처럼 다루지 않으며,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한다.


과거의 남성성은
정서와 유연함을 ‘약함’으로 규정했다.


그 결과
많은 남자들은 감정을 다루는 법을 잃었고,
필요한 순간에조차 감정을 자신 것으로 쓰지 못한다.


살아남는 법은 배웠지만,
사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일하고, 버티고, 책임지는 데는 익숙했지만,
정작 그 삶을 즐기는 법은 잊어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이제는 남자도
삶을 형성하는 법,

그리고 삶을 즐기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그때, 남자는 비로소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애초에 "급"이 정해져 있다고 믿고,

스스로를 일찍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어떤 이는 지금의 자리에서 그저 만족하며,

더는 나아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은

언제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사람은 보이는 크기로 평가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내부의 잠재성에서 똑같다.


대자연의 나무와 꽃도
모두 하나의 씨앗에서 출발한다.

그 작고 연약한 씨앗은
계절과 비와 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나무가 된다.


모두 같은 환경에서 자라지 않는다.
어떤 씨앗은 음지에서,
어떤 씨앗은 양지에서 자란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 자랐는가가 아니라
그 환경을 어떻게 사용했는가이다.


환경은 재료일 뿐이다.
DNA도, 부모도, 과거도 재료다.

그 재료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너를 만든다.


이제 묻겠다.

너는 어떤 꽃을 피울 것인가?

이전 01화그대 이름은,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