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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살청춘 지혜 May 09. 2022

나는  댄스 스포츠   한의사?

원하는 삶  맘껏 상상하기(2021.3.21)

그녀가 눈을 떴다. 창안으로 부서지는 5월 햇살이 눈부셨다. 창가로 젖혀놓은 하얀 시폰 커튼이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정원 담장의 붉은 장미가 선명하게 보였다. 오늘은 그녀의 61번째 생일이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녀는 농담을 섞어 말하곤 했다. “엄마는 환갑때 잔치 말고, 기념으로 작품 전시회를 열 거야.” 15년이라는 시간이 호접몽처럼 흘러갔다. 


그녀의 주변에서 늘 시끌벅적 요란스럽던 네 명의 딸들은 각자의 삶을 찾아 하나, 둘 떠나갔다. 평소 엄마바라기였던 막내도 작년 이맘때 공무원 발령을 받아 지방으로 분가했다. 절간처럼 조용해진 집에 우두커니 있을 때면 이기적 유전자가 진화를 위해 그녀에게 요구했던 이상으로, 그녀가 딸들을 사랑했음을 새삼 느꼈다. 아이들이 세상 가운데서 지쳤을 때 언제든지 돌아와 기대어 쉴 수 있는 나무 그늘 같은 품. 이제부터는 그런 존재로 딸들 곁에 있으면 되었다.


침대에 붙잡힌 몸을 일으키듯 그녀는 천천히 일어났다. 둥근 투명한 유리잔에 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또로록 유리 찻잔 벽에 부딪혀 나뒹구는 물소리가 아침의 고요를 가른다. 기다란 육각형 차 통에 ‘나비’라 새겨진 세련된 전통무늬가 아침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연주의 힐링 센터 ‘나비’의 센터장이다. 나비 센터는 동,서양 의료 서비스와 다양한 대체 요법이 융합된 치유의 공간이다. 또한 '나비' 힐링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쉽게 나비의 치료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나비’의 모든 프로그램은 질병 치료와 예방 그리고 사후 관리까지 1:1 개별 맞춤 관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히 평가가 좋다. 한마디로 환자가 건강의 주체가 되도록 도와주는 이다.


따스한 공기 방울이 찻잔 밖으로 탈출하면서 온 방 안으로 배꽃 계피 향을 업어 나른다. 그녀는 눈을 감고 향긋한 차 한 모금을 머금었다. 입안을 돌아 식도를 타고 달큰한 맛과 향이 그녀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듯 애무하며 내려갔다. 


최근 10년동안 그녀는 이 ‘나비’ 치료 프로그램에 모든 열정과 자본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드디어 2년 전부터 세계 여러 국가에서 ‘나비’의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계약서를 들고 오기 시작했다. 동아시아 작은 나라 한국이 세계 치유의 중심이 된 것이다. 센터가 성장함에 따라 느끼는 기쁨과 환희는 달콤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산을 오르고 난 후, 그녀의 갑작스러운 다음 행보에 주변 사람 모두 깜짝 놀랐다. 승승장구하는 센터를 전문 경영자에게 맡기고, 자신은 환자를 진료하던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차향이 입안에서 시나브로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그녀는 눈을 떴다. 긴 호흡을 하며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오래간만이구나! 이렇게 여유롭게 너를 바라본 날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인생의 굽이굽이 변곡점이 되는 나이가 있다. 그녀가 첫 아이를 낳았던 29가 그러했고, 우물 밖 세상으로 나온 49가 그러했다. 그리고 환갑(還甲). 60갑자 모든 해를 다 거치고 돌아 그녀가 태어났던 원점으로 돌아온 날이다. 엄마로서, 의료인으로서 이루어 낸 것을 보며 흐뭇했지만, 그녀는 허전함을 느꼈다. 삶에서 그녀는 무엇을 잊고 있었던 걸까?


그녀 본연의 감정과 심연의 소리! 문득 떠오른 깨달음에 그녀의 얼굴이 하얀 꽃처럼 피어났다. 어느 한 곳에만 치우친 삶은 절름발이다. 삶의 의미와 소소한 행복이 적절히 조화로운 접점을 그녀는 드디어 찾았다. 먼저 자신의 희로애락 감정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충분히 느끼는 것. 그리고 그녀의 영혼을 기쁘게 하는 작은 활동들을 통해 마음의 센서를 증폭시키는 것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녀는 내일부터 '나비'의 스포츠 댄스반 파트타임 강사로 나간다. 어디에도 걸림 없이 자기 감정에 솔직한, 조화로운 그녀의 제2의 인생이 시작되고 있다. 


그녀만의 성스러운 아침 의식을 깨우듯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엄마~ 나 지혜. 갤러리에 전될 엄마와 우리들 작품 어제 밤에 내가 다 체크했어요. 완전 멋져요. 궁동에 있는 갤러리로 바로 오시면 되구요, 1시간 뒤에 아빠가 모시러 가실 거예요. 그리고 엄마~ 61번째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미래를 마음껏 상상해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상상속에서는 모든 것이 뜻대로 이루어진다. 내가 조물주가 되는 순간, 금지나 제한이 없어진다. 미래를 맘껏 상상한다는 것,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 그런데 이 상상도 우리 몸과 마음이 자라듯 성장하는 것을 아는가?


2021년 3월 21일 '나비 힐링 센터'를 상상했던 윗글과 함께 올 해 썼던 글들을 함께 쭈욱 읽어보니, '자기 제한과 금지'라는 잡초를 걷어내고 정돈하면서 내 상상도 구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내게는 신기한 경험이다. 앞으로도 나는 늘 성장하고 있는 백 살 청춘을 상상할 것이다. 상상은 자유!  상세히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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