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알바 구직

by 하얀 얼굴 학생

웨이터도 그만두었으니, 그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다. 그는 캠핑카를 픽업하기 전까지의 1달 동안 할 수 있는 단기 알바를 찾기 시작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당장 풀타임으로 근무를 시작할 수 있는 단기 알바다. 이런 단기 알바는 한인잡이 적합하다.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한인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한인잡을 찾는다. 브리즈번의 한인 웹사이트는 '썬브리즈번'이고, 멜버른의 한인 웹사이트는 '멜번의 하늘'이다.



브리즈번에서는 한인 웹사이트를 자주 들여다봤지만, 멜버른에서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는 '썬브리즈번' 웹사이트에 눈이 익어서, '멜번의 하늘' 웹사이트의 배너 위치나 메뉴 모양, 크기 등이 어색하고 낯설다. 외관은 낯설지만, 메뉴 구성이나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한인 쉐어하우스, 한인잡, 중고거래, 정보공유 등이다. 구름 과자도 있다.


그는 구인게시판에 들어간다. 스시샵, 한식 레스토랑, 청소 등 익숙한 구인 공고가 많다. 청소를 해볼까 생각해보지만 차를 폐차해버렸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구인게시판 스크롤을 계속 내리다가, '단기' 라고 써져 있는 공고가 눈에 띈다.



해당 공고는, 멜버른 도심 건설현장에서 단기로 일할 워홀러를 모집한다고 되어 있다. 기간은 약 1주일 정도, 건설 현장이므로 한인잡임에도 불구하고 시급이 높다. 그는 폐차 이후 건설현장 일을 나가지 못해 아쉽던 터라, 잘됬다고 생각한다. 하는 일은 무슨 가구를 재설치한다고 되어 있다. 그는 빠르게 훑어보고, 공고에 적혀 있는 번호로 문자를 보낸다.


공고에 적힌 시급이 높고 위치도 도심이니, 그는 워홀러가 많이 몰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답장이 온다. 화이트 카드(호주 건설현장 안전교육 이수증)를 소지하고 있냐는 질문이다. 그는 화이트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당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몰라 우선 기본적인 자격증 2가지를 준비했는데, 이 중 하나가 화이트 카드였다. 화이트 카드가 있다는 답장을 보내자마자, 면접 날짜가 잡힌다.



시티 한복판 건설현장 일임에도 쉽게 기회를 얻은 이유는, 그가 화이트 카드를 소지했기 때문이다. 그가 화이트 카드를 취득한 시기는 약 8개월 전이다. 8개월 전에는 화이트 카드를 취득하기가 너무나도 쉬웠다. 인터넷으로 플래시 게임 같은 테스트 한두 번에, 안전모와 형광 조끼를 착용하는 동영상만 사이트에 등록하면 화이트 카드를 발급해주었다. 그는 화이트카드 발급이 비정상적으로 쉬웠던, 커리큘럼이 허술했던 시기를 운 좋게 이용한 것이다. 그가 화이트 카드를 취득하고 얼마 뒤, 호주 정부가 이 허점을 눈치채고는 화이트 카드 취득 과정을 정식으로 훨씬 까다롭게 개편했다. 개편된 교육 과정은 기존의 쉬운 과정에 대면 면접까지 포함된다고 한다. 영어가 모국어이고, 실제 건설현장에서 종사했지만 화이트 카드는 없었던 외국인이 있다. 해당 외국인은 화이트 카드가 필요한 현장에서 일하게 되어 발급받는 과정에서 놀랐다고 한다. 현장에서 지켜야 할 까다로운 안전수칙에다가 관련 법규까지도 물어봤다고 하니,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단기 알바로 일할 현장은 제대로 된 건설사가 공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멀리 떨어진 외곽의 개인 현장이 아니므로, 일하는 인부 하나하나에게 화이트 카드를 요구한 것이다. 개편된 이후의 화이트 카드 발급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워홀러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도 미리 따 두었기에 망정이지, 개편 이후 시도했다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가 일하게 될 멜버른 도심의 고층 빌딩 앞 야외에서 간단히 면접을 본다. 면접이라기보다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간단히 안면을 트는 것에 가깝다. 면접관은 40대로 보이는 한국인이다. 그에게 화이트 카드가 있는지를 한번 더 확인하고는, 별다른 질문 없이 곧바로 일이 시작될 날짜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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