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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n 08. 2024

2024. 06. 06. (03:10~04:10)

맨발

 직장인 것 같다. 일을 하다가, 잠시 쉬고 산책하려 사무 공간 밖으로 나갔다.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문득, 신발을 신지 않았음을 인식한다. 맨발이다. 시간은 약 11시가 되어가는 즈음, 빨리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에 넘긴다. (다만, 뾰족한 것은 밟으면 안되겠다 생각한다)


 건물의 구조가 복잡하다. 다시 사무공간 층으로 가려는데, 엘리베이터 버튼이 눌러지지 않는다. 짝수 층 운행만 가능하다는 건가? 버튼이 눌러지는 엘리베이터를 찾아 나선다. 이동 거리가 점점 더 늘어난다.


 마침내 버튼이 눌리는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아는 얼굴이 한가득이다. 맨발로 만난 것이 민망하나, 감수하고 탑승한다.

  - X 팀장, Y 사원

  - b, c, d 사원

  - A 사원



 엘리베이터가 사무 공간 층에서 멈추지 않고 통과해버린다. 버튼을 눌렀는데? b 사원이 웃으며(장난스럽게), 층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어떡하냐 말한다.


 사무 공간에서 몇개 위의 층에서 내린다.


 X 팀장은 나를 겨냥한 듯, 일하던 도중 오랜 시간 밖에서 맨발로 다니는 것을 뭐라 말하는지 아느냐 물었다. Y 사원이 '사고 친 놈이 또 사고 친다' 라고 답했고, X 팀장은 너보다 선배 아니냐며 나무랐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X 팀장은 나에게 신발 좀 신으라 말한다. 나는 알겠다고 답한다. 잠시 뒤, X 팀장이 재차 말한다.

  "위에는 그렇게 멀쩡하면, 신발도 좀 신어라"

 약간 짜증이 나지만, 다시 알겠다고 답한다.


 잠깐 걷다가 돌아가려 했는데, 엘리베이터를 찾아다니다가 일이 이렇게 됐다.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가는 분위기다. 나는 빠져나와, 신발을 신으러 가기로 한다. 아니, 점심부터 먹을까. 이동하는 와중, A 사원과 또 한 명이 보인다. 방향이 겹치는 듯하다.


 A 사원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라 말한다. 점심부터 먹을까. 나는 계속해서 더러워지고 있을 맨발을 의식한다. 유리 조각 같은 것을 조심해야 한다.


 길을 가던 와중, A 사원 일행이 갑자기 멈추더니 상점으로 향한다. 아, 점심을 구내 식당에서 먹는 게 아니었구나. 예전에 본 적이 있는, 붉은 장식과 노란 장식이 있는 식당이다. 방문한 적이 있는 것 같다(꿈에서). T 과장과 함께 왔었다. 중식 혹은 중동식 식당이다.


 아, 여기는 저도 와본 적 있는데


 온 김에 A 사원 일행과 점심을 먹고 들어가기로 한다. 식당이 만석인지, A 사원 일행은 식당 앞 나무테이블에 걸터앉는다. 나도 앉아서, 계속해서 사용한 맨발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는다.


 A 사원과, 나의 맨발이 가까워진다. (이 곳에서의 A 사원은 몸이 좋다. 팔이 울룩불룩하다) 나는 회색빛이 되었을 발바닥을 생각하며 발을 거둔다. A 사원은 내색하지 않는다.



 스치듯 보니, 발바닥이 깨끗하다. 무언가 물에 때가 씻겨 나갔나. 아까 전까지만 해도 분명 회색빛이었던 것 같은데.

 다시 봐도 발바닥은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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