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아토피는, 고등학교 때에도 그의 몸에 달라붙어 함께 다녔다. 사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그런 말을 했다. 어차피 완치되기 전까지는 같이 있어야 하니, 아토피를 친구처럼 생각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은 참 쉽다. 친구는 무슨 얼어죽을. 아토피라는 녀석에게 형체가 있다면, 그는 이 빌어먹을 친구를 때려죽여도 시원찮다.
한창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고등학교에서는 주기적으로 자리를 바꿨다. 이름 추첨 같은 것을 해서, 한 열에는 남자아이들, 한 열에는 여자아이들이 앉도록 섞었다. 강제로 자리를 이동시킴으로써, 여러 친구를 만나가게끔 하려는 의도였으리라.
새로운 짝이 배정되고, 그도 새로운 자리에 앉았다. 약간의 불편함과 설레임이 공존한다. 가뜩이나 그는 여자 사람과 말하는 것에 익숙치 않다. 아닌 척하지만, 새로운 짝에게 은근히 관심이 쏠려있는 그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여느 학생들이 그렇듯 얼마 지나지 않아 꽤 친해진다.
어느 날, 그의 짝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몸이 아프다고 한다. 감기 정도 걸린 것이겠거니. 약간 심심하지만, 자리가 넓어져 오히려 편하다.
다음날, 짝이 학교에 나온다. 안녕. 평소와 같이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듣는다. 아마 쉬는 시간이었을까. 짝이 갑자기 그에게 말한다.
- 나, 피부에 뭐가 막 생겼었다
- 피부에?
- 어어! 얼굴이랑 팔이랑 막 피부에 뭐가 올라오고, 엄청 열나고, 가렵기까지 했어
- (??) 아, 그랬구나
- 그래서 어제 못 나온 거잖아
- (몸이 아프다는 게 그거였군) 아...
그의 짝이 결석한 이유는, 피부에 트러블이 생겨서였다. 눈치가 빠르지 않은 그는, 짝이 자신에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물론, 고등학생의 평범한 수다였는지도 모르겠다.
- 여태껏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나 너한테서 옮은 줄 알았잖아.
- (!!??)
- 너가 아토피 있고 하니까. 혹시 나한테도 옮은 게 아닌가 해서. 그래서 어제 계속 울었어.
- (당황하여) 아니, 이건 옮는 게 아닌...
- 그래도 오늘 되니까 다행히 없어져서, 바로 나왔어!
그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여 말문이 막힌다. 짝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본인의 할 일에 다시 집중한다.
옮는다. 옮는다라. 그는 아토피를 옮지 않는 병으로 알고 있다. 전염성이 있었다면, 그의 가족들부터 모두 아토피를 앓고 있었어야 할 테니 말이다. 가족 중에서는 그 혼자만 아토피가 있다.
하긴, 여자가 아토피에 걸린다면, 그의 상황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여자들은 화장도 하고, 외모도 신경을 많이 쓸 텐데. 그는 화장도 하지 않고, 외모에도 신경쓰지 않는다. 외모에 관심이 없는 것이기도 하고,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애초에 그의 피부는 자극 자체를 피해야 했다. 가만 놔둬도 가려워서 벅벅 긁어대는데, 화장품 같은 화학 약품을 발랐다간 또 어떤 상쾌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짝이 아토피에 걸리지 않아 다행이다. 그의 아토피가 옮아가지 않아 다행이다. 그 부분은 명확하다. 하지만, 옮은 줄 알고 하루 종일 울었다? 그가 가진 질병이, 다른 이에게는 하루 종일 울만큼의 충격을 갖고 있다는 것인가.
실제로 그도 아토피로 인해 눈물을 흘리곤 했다. 눈물은 눈물인데, 주로 분노의 눈물이다. 왜 그의 피부는 이 모양 이 꼴인가.
매일 아침 피딱지와 살껍질로 버석버석한 이불을 온몸에 동여맸다. 움직일 때마다 쩍쩍 갈라지는 상처, 말라붙었던 진물이 뜯어지며 노출된 상처를 후벼파는 차가운 공기. 그 상태에서 어거지로 샤워를 하며, 온몸의 따가움과 맞서며 매일 아침 욕을 했다. 아침뿐이 아니라, 아토피는 시도때도 없이 그를 참으로 많이 괴롭혔다.
그래, 분명 하루 종일 울 정도로 충격적인 질병인 거겠지.
막상 남의 입으로, 아토피에 대한 평을 들으니 기분이 오묘하다. 제대로 겪어보지도 못했으면서. 나는 그것보다 훨씬 더 심한 상태를 매일매일 겪고 있는데.
더한 고통을 매일 겪고 있다는 것. 겨우 그 정도 가지고 하루 종일 울었다니. 짝에 비해 차분하고 강인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인가. 어린 그는 자신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