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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Nov 27. 2024

고쳐 쓰는 자 누구인가



 문제가 있는 물건은 즉시 내 눈앞에서 치우고 싶다. 하자 있는 제품은 100%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런 거 같다. 하지만 완전무결한 것이 있을까. 새 제품이라고 해도 기능이 무언가 아쉬운 물건도 있다. 




 물건에 하자가 있다면 고쳐서 써 보기로 했다. 사용이 불가능한 제품을 버리지 않고 모셔두는 것이 아니라 다시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쓰는 것이다. 이는 생각보다 보람된 일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돈을 아끼고, 새 제품과 다시 친숙해질 에너지소모가 없다.




 어깨근육이 뭉쳐 매일 사용하는 안마기가 있다. 가장 큰 단점이자 유일한 단점이 있는데 목과 마찰하는 부위의 천이 자주 찢어진다는 것이다. 구멍이 나면 나는 언제나 바느질을 해서 다시 사용한다. 구멍이 점점 커져서 도저히 감당이 안될 때쯤엔 as를 신청한다. 수리를 해서 더 사용하다 작동이 멈추는 문제가 발생했고, 그 이후엔 as비용과 새로 구입하는 비용을 따져서 선택한다. 









 수리와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우리 집에는 3년째 에어컨이 없다. 그래서 선풍기의 고장은 치명적이다. 무선 선풍기의 편리함에 매료되어 거의 사계절 사용하고 있다. 애장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선풍기가 고장 났다. 우리 집에는 작은 무선선풍기가 총 3대가 있다. 가족들이 각자 하나씩 끼고 여름을 보낸다. 




 그중 2개 제품에 이상이 생겼다. 가장 오래된 제품은 버튼이 잘 안 눌러졌다. 모른 척 지냈지만 기어이 버튼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충전하는 데 타는 냄새가 나고 작동하지 않았다. 얼른 검색해 보니 선풍기는 몇 년 사이 가격이 매우 올랐다. 









 AS를 해도 되지만 기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는 안내글을 보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고장 난 시점이 35도를 육박하는 한여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찾아낸 것이 바로 보상판매였다. 쓰고 있던 제품을 반납하고 새 제품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보상판매를 하고 있었다. 접수한 다음날 맞교환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고장 난 제품을 반납하고 새 상품을 구입했다.




 기존 제품을 어떻게 재활용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그냥 무턱대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서 의미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새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AS 기간 동안 도무지 더위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보상판매는 주로 휴대폰 제품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상판매는 리퍼비시 제품으로 재판매하기도 하니 환경보호에 기여한다. 









 다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물건도 고쳐 쓸 수 있다. 습기와 곰팡이에 민감하여 제습제를 많이 사용한다. 제습제 속에 물이 가득해서 사용한 것마다 새것으로 교체하면 비용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배출된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들은 염화칼슘을 이용해 제습제를 재활용하고 있었다. 간단한 검색으로 알게 되었고 몇 년 전부터 다 쓴 제습제를 씻고 염화칼슘을 부어 재사용하고 있다.




 제습제는 쓰임을 다 했으나 나는 그 통에다 재료를 다시 부어 재활용했다. 플라스틱통은 500년 이상 썩지 않으니 깨끗하게 씻어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물론 귀찮다. 새 상품은 비닐만 뜯으면 사용이 가능한데 재사용하려면 번거롭다. 










 하지만 재사용하는 것은 환경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덜 주려는 마음으로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거나 좀 더 친환경적인 방법들을 활용했다면 좋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하나씩 실천해 보고 있다. 









 90년대 외환위기로 ‘아나바다 운동’이 있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쓴다는 이 운동은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이제 평생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소유한 물건은 아껴서 사용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며 환경까지 생각하는 마음이 꼭 필요한 세상이다.




 고장 나거나 헌 물건을 처리하는 방식은 버리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란한 광고들이 얼른 헌 것은 버리고 새것을 사라고 종용한다.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하더라도 제대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30%에 그친다고 한다. 그래서 고쳐쓸 수 있는 한에서 고쳐 쓰고, 보상판매라는 것도 이용해서 헌 상품을 내어주고 새 상품을 구매했다. 고장이 나지 않도록 잘 다루고, 불가피하게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쓰임을 다 할 때까지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미니멀리스트들은 이렇게 고민해 본 적이 많을 것이다. 고민 끝에는 역시나 새 물건을 늘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잘 이용하고자 할 것이다. 고쳐 쓰는 자들을 인색하다고 낮추어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 이들은 세상에 흔적을 덜 남기고 싶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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