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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Nov 20. 2024

생존에 필요한 정도만



 미니멀라이프를 삶의 이상적인 방식이라고 외치면서도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 괴리감이 들 때가 있다. 언제부터인지도 알지 못한 채 수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답답함을 느끼면서 살고 있었다. 특히 짜증이 날 때는 찾아야 하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할 때와 그 물건을 찾으려고 가득 쌓인 물건들 사이를 뒤적거릴 때이다. 




 계절별로 새 옷을 장만하고 옷에 어울리는 신발과 가방을 또 구입하고, 화장품과 기타 액세서리 등 불필요한 치장을 하는데 돈과 에너지를 쏟아 내고는 통장이 비었다면서 카드값을 보며 경악한다. 핫딜이 뜰 때마다 음식을 쟁여놓고 꽉 찬 냉장고를 보면서 뿌듯해했다가 결국엔 너무 많은 양에 질려서 유통기한이 지나고 음식을 버린다. 실컷 집밥을 해 먹겠다면서 재료를 사놓고 배달음식을 먹고 일회용품 쓰레기를 잔뜩 배출한다. 광고를 보면 새로 나온 상품들이 눈에 밟히고, 빅세일을 한다고 하면 싼 가격을 놓칠세라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물건이 쌓이고 경제적으로 빠듯하게 살아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활인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 물건들을 집에 들였다가 비우기를 반복하면서 지금의 상황이 되었다. 세상은 갈수록 더 빠르게 변하고 소비를 종용한다. 내가 관심이 있는 상품은 알고리즘을 따라 내가 접속한 어디서든 불쑥 나타나 잘 달래고 설득하여 기어코 사게끔 유혹한다.







 하지만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고 충격을 받았다. 처음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할 때 온갖 소지품들을 꺼내 놓고 몇 날 며칠 동안 집안 곳곳의 물건들을 비우면서 물건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는 한동안 집안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기에 다시 물건들을 훑어보니 역시나 과잉이었다. 




 수많은 물건들을 사다 모으면서 들었을 시간과 에너지는 얼마나 많았을 것이며 돈이 이게 다 얼마인지 한심하고 후회되는 시간이었다. 물건을 구입하면서 낭비할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소중한 시간, 돈, 에너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주로 집에서 생활하기에 생필품과 식품의 소비가 많았다. 살아가는 데 전부 필요한 것들이라고 변명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다. 생존에 필요한 정도만 물건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다 쓰려면 1년도 더 걸릴 것 같다. 비누, 샴푸, 세제 등을 여러 개 잘 갖추고 있다. 몸을 씻는 데 사용하는 바디제품과 샴푸, 린스, 팩 등과 세탁세제, 청소용품들은 종류도 그 양도 너무 많다. 




 먹는 음식도 많다. 냉장고 속의 식재료는 특히 기간에 맞게 잘 요리해 먹어야 하는 것들이다. 싱크대 안에는 실온에 보관하는 식품들도 많다. 라면, 시리얼, 견과류 등 종류별로 다양하게 가지고 있었다. 굳이 내가 구입하지 않아도 가족이 사거나 선물을 받아오는 것까지 합치면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계절이 바뀔 때나 이사를 앞두고 있을 때, 연말 등 기간을 정해 냉장고 파먹기와 같이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소진하는 기간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안다면 쇼핑하는 것을 고민하거나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매장 주인이 점포정리 세일을 할 때 매장에 있는 물건을 다 팔아버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안의 물건들을 다 사용할 때까지 물건을 새로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여러 가지 종류별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는 물품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는 기회이다. 품질이 좋지 않거나 취향이 아닌 물건은 끝까지 사용할 때 곤욕스러울 수 있다. 그렇게 다음번에는 구입하지 않을 것과 새로 구입해야 하는 물품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물건을 쓸데없이 많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과장되게 표현해서 생존에 필요한 정도만 소유한다는 생각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해 본다. 현대인들은 성직자도 아니고 무소유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각자 사용하는 물건들이 다양하다. 하지만 그 물건들이 너무 많기에 줄여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만 사서 쓰자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이다. 과잉에서 벗어나 생존에 필요한 정도만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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