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들을 수집하고 쌓아두는 호더들이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가볍게 살기를 희망한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이사와 자연재해 등 큰 일을 겪거나 몸이 아프다거나 나이가 들고 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유물들을 돌아보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깨끗하고 깔끔한 공간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미룬다. 당장에 버거운 일들이 많아 나중에 정리하기를 다짐하기도 하고 귀찮아서 뒤로 미루기도 한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아예 시작하는 것이 엄두가 안 나는 사람들도 있다. 저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불편함을 해결하지 못한 채 물건들을 과하게 소유하면서 산다.
시작이 어렵다고 하지만 한 발 내딛는다면 많은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나는 우울감과 패배감에 젖어 힘이 들 때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특히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소유에 대한 집착을 차츰 내려놓았다. 조금씩 물건을 비워 나가면서 엄청난 가속도가 붙었다. 시작은 책상 위와 같은 작은 공간이었으나 차츰 집전체로 확대되었다. 매일 몇 시간씩 정리하고 자다가 일어나서 새벽에도 열심히 비움을 진행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공간부터 정리하기를 추천한다. 깔끔한 공간은 일의 효율성도 높여주고 안정감을 주어 매일 마주하는 공간이 좋아지게 될 것이다. 작은 공간이 깨끗해지면 점차 다른 공간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요령도 생겨서 처음에 정리할 때보다 시간과 에너지도 적게 든다.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있던 물건들에게 제자리가 생겼다. 많이 비웠음에도 살아남아 있는 물건들에 더욱 애착이 생긴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자 집안 곳곳을 둘러보면서 확신이 생겼다. 내가 진짜 원하는 집의 모습이다.
고장이 났는데 부품을 구하기 어렵거나 수리가 불가능한 물건들,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들, 끝까지 사용한 물건들은 잘 분리해서 배출한다. 쓰임이 다 한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정리는 쉽고 간단하다. 필요 없는 물건들은 비우고 잘 사용하는 물건은 끝까지 잘 사용하기 위해 보관을 잘하면 된다. 쓰지 않는데 비우고 싶지 않은 물건들을 만나면 고민을 조금 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결국 나는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비우게 되었다. 나중에 사용할 줄 알고 보관했던 물건들은 몇 년이고 사용하지 않았다. 내가 사용하지는 않지만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은 중고거래를 하든, 지인에게 주든, 기부를 하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처분할 수 있다. 하지만 수고스럽다. 그래서 애초에 물건을 신중하게 들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매일 새로운 물건들을 광고하면서 유혹한다. 일부 사람들은 ‘오픈런’을 통해 물건을 먼저 손에 넣으려고 경쟁하고 신상품을 먼저 ‘겟’한 사람들은 SNS에 올려 자랑하기 바쁘다. 물론 사람들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다르다. 가격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고 필요 없는 물건은 굳이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자신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무분별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을 생각하면 페스트 패션을 멀리하고 물건을 버리는 것조차 신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개인의 욕망을 최우선으로 두고 감정에 휘둘려 소비를 하는 어리석은 마음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한다. 나는 매번 유혹에 흔들린다. 하지만 남과 비교하기보다 과거의 나 자신과 비교해 보았을 때 예전과는 다른 가치들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다. 몸에 나쁜 것을 줄여 건강해지고 잡동사니를 줄여 중요한 것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쓸데없는 걱정을 줄이고 시간과 에너지를 나에게 투자한다. 미움, 시기, 말을 줄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해낸다. 무엇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진짜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서 택배를 받자마자 마음이 식어버린 경험이 있다. 물건이 쌓여 감당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오직 물질만이 아닌 다른 가치들로 나를 채운다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