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는 비움에서 시작하여 비움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물건으로 시작했다. 잡동사니로 숨 막혔던 집에서 필요 없는 물건들을 싹 비웠다. 많이 비웠지만 아직도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많다.
물건을 비웠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나는 물건을 비우면서 정신적으로 차츰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비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인간관계, 말, 걱정, 욕심 등등 나에게는 비워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에게서 묘하게 비난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꾸만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이 맞다고 했다. 그의 삶의 방식과 나의 방식은 전혀 반대다. 처음에는 조금 듣다가 피했다. 피할 수 없이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마음 깊이 새겨듣지 않는다. 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에게 조언을 구한 적도 없고, 내 방식을 바꾸고 싶은 마음도 없다.
힘들고 어려운 인간관계는 끊는 것이 맞다. 내가 본받고 싶지 않은 삶의 방식에 대해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나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들을 무던하게 넘기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텐데 나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연장자의 말, 선배의 말, 가족의 말, 나를 생각해서 이야기한다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골치가 아프다. 그들은 나를 비난하려 들고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주장한다. 나의 의견을 들을 생각도 없기 때문에 나 역시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나와 다른 상대방의 말을 절대 듣지 않고 편협한 시각으로 살아가려는 것은 아니다. 나와 다른 세계는 책과 영상으로도 충분하며, 내가 배울만한 사람은 내가 먼저 가까이 다가가서 배움을 얻고 조언을 구한다. 아니면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전하면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가족관계, 직장 등 항상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이 든다면 피하는 방법을 생각한다.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멀리 피하고 본다. 한 번 보고 말 사이라면 더더욱 피한다. 지금껏 내가 경험해 온 바로는 상대를 무시하고 비난하려는 사람은 잘 바뀌지 않고 그 행위를 계속한다.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법을 어기거나 도덕적으로 큰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적으로 옳고 그름이 없다고 본다. 각자의 가치와 판단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기 힘든 경우가 있다.
사람은 변한다. 나 역시 현재 미니멀라이프를 고수하고 있지만 또 바뀔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는 물건을 많이 소유하고 있고, 쇼핑을 즐겼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미니멀라이프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많이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내 생각을 전해주고 싶다. 미니멀라이프가 맞지 않고 싫다는 사람들에게 굳이 강요하거나 삶의 방식을 바꾸라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나 역시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논쟁하며 싸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나는 논쟁에서 슬그머니 피한다.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비난도 많다. 나에게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 버린 삶의 태도이기에 미니멀라이프라는 삶의 방식을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이런 삶의 방식을 비난하는 이들을 피해 본다. 나는 그들의 사정을 너그럽게 이해할 여력이 없고 다른 의견을 모두 설득할 재주도 없다. 힘들 땐 피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