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에 있는 샘플들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작은 목표가 되었다. 어느 집에나 딸려온 사은품과 같은 작은 사이즈의 제품들이 많을 것이다. 소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마다 서랍이나 찬장 구석을 살펴보면 제법 많은 양의 샘플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 집에는 화장품과 생필품 샘플이 많이 있다. 물건을 살 때도 샘플을 끼워준다고 하면 마치 아주 경제적인 소비를 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샘플을 끼워주는 상품을 일부러 구매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샘플에는 크게 좌우되지 않기로 했다. 샘플은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샘플을 보면 1ml의 한두 번 사용할 정도의 필름지에 들어있는 것부터 10ml, 50ml 크기의 용기에 들어 있는 제법 큰 용량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신상품이나 정보가 없는 제품을 사는 것이 망설여질 때 샘플을 써 보고 구입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작은 샘플을 한 번 써봤을 뿐인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본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런데 샘플들을 보면 주로 비닐이나 작은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다. 그래서 다 쓰고 나면 제대로 재활용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나라 국민들처럼 재활용을 열심히 잘하는 사람들이 또 없지만 작은 용량의 통을 열심히 분리수거해 봤자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차라리 종이라든지 재활용이 되는 용기에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샘플들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샘플들을 가득 찾아보니 당분간 생필품과 화장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잘 쓰지도 않는 제품까지 많았다. 내가 산 것이 아니라도 어디서 얻어오고 가족들이 주문한 것들이다. 샘플들을 우르르 올려놓았더니 선반들이 가득 찼다.
별로 미니멀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함으로써 샘플들을 잘 소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샘플들의 유통기한을 넘겨버려 버리는 일이 많다. 여행 갈 때 쓸 것이라고 한결같이 말하지만 막상 제대로 사용이 안 된 상태에서 시간만 흘러 버리게 되는 것이다.
샘플을 사용해 보니 양이 꽤나 많음을 깨달았다. 양이 많으면 그 양을 아껴 쓰지 않는 법이다. 샘플이라고 생각하니 공짜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헤프게 쓰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나 이외에 가족들은 샘플을 잘 쓰지 않는다. 작은 양의 제품들의 용도를 하나하나 다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세심하게 날짜별로 사용해야 하는 일은 내가 잘하는 일이다. 그러니 사용기한이 다가오는 것부터 순차적으로 잘 사용해 보아야겠다. 작은 미션이 생겼다.
이렇게 샘플이 많은데 뭔가를 더 구매할 필요가 없다.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오랫동안 샘플들을 소진해 보면 특별한 소비를 해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물론 사고 싶은 물건들은 계속 생긴다. 갑자기 함께 사는 가족이 쓰고 싶다는 샴푸가 생기고, 필요하다는 화장품이 생길 것이고 어딘가에서 바디용품을 선물로 받아올 것이기 때문에 나까지 함께 소비를 할 필요는 없다.
많다고 해서 펑펑 쓰지 않고 모든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면서 아껴 써야겠다. 샘플을 사용해 보면서 값비싼 제품을 간접체험해 보는 호강(?)을 누리기도 하고 처음 보는 제품을 시험해 보는 영광을 얻기도 한다. 나까지 보태서 물건을 사거나 샘플을 많이 주는 제품에 욕심을 내지 않아야겠다. 사지 말고 가진 것을 다 사용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