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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도 괜찮아

by 이재이



나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이 취미이며 책구경을 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 책이 많은 곳이라면 백화점을 구경하듯이 오랜 시간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나는 도서관에 가는 날만큼은 기쁜 마음으로 외출한다.




최근 이사를 했는데 이사한 집은 자주 다니던 도서관과 거리가 멀어졌다. 지금은 타던 차를 처분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다니고 있는데 앞으로 무거운 책을 짊어지고 걸어서 도서관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그런데 참 다행인 일이 있다. 집 주변을 산책하다가 발견했다. 작은 도서관!




숨어있는 작은 도서관을 발견했다. 조용하고 아담한 도서관이었다. 최신간은 많이 없었지만 보유하고 있는 책들의 상태가 매우 양호했고 읽고 싶었던 책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에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도서관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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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사를 하면 꼭 주변에 도서관부터 찾아본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면서 눈도장을 찍는다. 내가 외출을 한다면 바로 도서관이 목적지가 될 것이다. 도서관이 멀다고 생각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작은 도서관을 발견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작은 도서관도 괜찮다. 오히려 중요한 것들만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큰 도서관은 책을 예약해 두고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수고스러운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책상태가 아쉬울 경우도 있다. 작은 도서관은 이용자가 많이 없는 것인지 책이 거의 새 책과 가까운 상태였다.




이렇게 좋은 시설이 없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많이 이용해서 꼭 유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장 희망도서 2권도 신청했다. 희망도서가 도착하는 시기는 정확하지 않다고 했지만 천천히 읽어도 괜찮다.




한국 사람들이 요즘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바쁘고 할 일이 많아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나도 이사를 하고 2주 정도는 정리를 하느라고 책은 한 자도 보지 못했다.

굵직한 정리를 마무리할 때쯤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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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시간을 따로 빼놓는 것은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물론 매일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이 이어진다. 나는 평소에 신기하게도 따분하거나 심심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항상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중에 책 읽기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배움을 이어 나간다는 것, 다양한 세계를 대신 체험하는 것은 나의 하루의 활력소와 같다.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나는 책을 읽는다. 책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많은 위로를 받는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독서만 한 게 없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있는 곳이라면 크기는 상관이 없다. 다양한 책을 소장하려면 규모가 커야 하겠지만 작은 도서관에도 구석구석 참 책이 많았다. 역시 세상에는 좋은 책이 정말 많다.




한때는 내 집에 서재를 만들어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가득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읽고 싶을 때 마음껏 읽고 대출기한의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진 책들이 공간을 많이 차치하고 먼지가 쌓인다는 것을 알고는 도서관을 이용한다. 이북리더기를 이용해 전자책을 보기도 한다.




도서관에 가는 길이 나에게는 산책길이다. 집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집생활자는 도서관에 가는 것이 특별한 외출이다. 도서관 동선과 함께 은행이나 장보기 등의 할 일들을 함께 짜서 한 번의 외출로 많은 일처리를 해치운다.




작은 도서관은 이름도 너무 귀엽다. 나는 앞으로 나의 행복한 독서생활을 위해 작은 도서관을 애용할 것이다. 나의 독서생활이 무탈하게 잘 이어지기를 바란다. 작은 도서관이든 큰 도서관이든 상관없다. 나에게는 모두 아주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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