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by 이재이



집안에 빼곡하게 쌓인 짐들을 보며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물건들을 모두 밖에 두고 사용하면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는 정반대다. 청소할 때 모두 들어 올리고 닦은 뒤 다시 내려놓는 일이 더 복잡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선에 맞게 수납되어 있는 쪽이 훨씬 편하다.




얼마 전에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고는 뒤엉킨 짐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정리했다. 집안의 물건들이 선반이며 바닥에 모두 나와 있게 되자 정신이 없었다. 나는 빈 공간을 좋아한다. 비어 있는 공간은 안정감을 준다. 빼곡하게 차 있는 공간을 보면서 풍요로움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느낀다.




공기가 통하지 않고 꽉 막혀 있는 공간은 틈이 없다. 계획을 짜고 일처리를 하는 데는 빈틈이 없는 편이지만 공간만큼은 틈이 있는 것이 좋다. 물건들이 서로 떨어져 숨을 쉬고 부딪히지 않는 것이 관리하기에 훨씬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옷, 신발, 그릇 등 소유물들이 가득 찬 공간은 생활을 불편하게 한다. 맨 구석으로 내몰린 물건은 그 존재조차 잊어버리기 쉽다. 뒤얽힌 물건들을 사용할 때마다 찾아서 꺼내는 일이 귀찮아서 짜증이 나기도 한다.




가득 찬 공간을 비우는 것이 좋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만들면 여유로움이 생긴다. 그리고 그 공간에 자리하는 물건이 더 돋보이게 된다. 너무 많은 과잉은 무엇이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구별하기 힘들게 한다.




20250402_080345.jpg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일에 더 신경을 쓴다. 필요한 것을 남기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비우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비울 것인지 선택하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로울 때도 있다.




애초에 꼭 필요한 물건만 집안에 들였다면 좋았을 텐데 물건이 많을 때면 오히려 후회가 몰려온다. 항상 애용하는 제품은 여분을 몇 개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사는 것보다 여러 개를 한 번에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일 때가 있다. 그런데 충동적으로 구매하거나 사려는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원플러스원 제품행사를 한다고 해서 구매하면 꼭 후회하게 된다.




갑자기 많은 물건을 보관할 장소까지 생각하면 계획에 없는 소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쓰고 있던 물건을 다 써갈 즈음에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이 좋은 타이밍이다. 아직 양이 많이 남았는데 새로운 물건을 사게 되면 쓰고 있던 물건에 대한 애정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새로운 물건을 써 보고 싶어 하고 쓰던 물건과 뒤엉켜 자리만 차지하게 된다.




그렇게 집안에는 잃어버린 공간이 많다. 식탁과 책상 위에 물건들을 늘어놓음으로써 주변이 어수선하게 되고 정작 그 용도에 맞게 사용할 자리가 부족하게 된다. 나중에 물건을 다시 찾는 데도 오래 걸리고 미관상 좋지 않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면서 공간을 확보한다면 억지로 수납용품을 사용해 이중삼중으로 물건을 쌓아 보관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소유하고 있는 물건 때문에 집이 좁다고 한탄한다. 좀 더 넓은 평수로의 이사를 희망하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정리하여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더 빠른 해결책이다.




20250402_080556.jpg





핸드폰 용량이 부족할 리도 없다. 나는 저장된 메시지나 사진을 매일 일정량 지운다. 사용하지 않는 앱은 삭제한다. 이메일도 바로바로 지운다. 휴지통에 있는 메일도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중에 볼 것이라고 캡처한 사진들도 막상 다시 잘 보지 않는다.




핸드폰과 노트북의 저장공간이 여유로우면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다. 자주 공간을 정리해 주면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어서 기기를 오래 잘 쓸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핸드폰과 노트북을 샀을 때의 빠른 속도감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자주 정리해야 오래간다.




새로운 것을 들이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은 지양한다. 내가 들이지 않아도 선물로 들어오고 가족들이 산다. 쓰는 속도에 비해 집에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면 공간이 부족하게 되고 비좁다.



여유롭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냉장고 속에 언제 산 것인지도 모를 음식이 쌓여 있으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명절에 어쩔 수 없이 늘어난 음식이 냉장고에 가득 있어서 언제 다 처리할지에 대해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 이사를 앞두고 냉장고 파먹기를 진행하자 냉장고가 텅텅 비게 되었는데 냉장고 안에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다 알 수 있어서 편리했다.




여유로운 공간 속에서 삶의 만족도가 올라감을 느꼈다. 빈 공간이 많이 보이면 압박감이 줄어들고 내 의지에 따라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관리를 하는 데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것이다. 예전에 미니멀리즘에 대해 알지 못하고 물건이 많았을 때는 불편하게 지냈다. 물건이 사방으로 쌓인 방에는 지나다닐 공간이 비좁고 뒤편에 쌓아둔 짐 때문에 문이 제대로 안 열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물건을 줄이면 창고처럼 공간을 죽이고 물건을 쌓아두지 않아도 된다. 청소를 할 때 물건을 치우고 난 후 청소기를 사용해야 하는 수고가 이중으로 들지 않는다. 깔끔한 공간이 유지되고 청소시간이 줄어들어 그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다. 공간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버리는 공간 없이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어 있는 공간이 가장 아름답다.






















keyword
이전 21화미니멀라이프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