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의 시작이자 근본은 비우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비우기마저 과열된다면 그것은 문제다. 사람들은 흔히 미니멀리스트라고 하면 무소유에 가까운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매체에 소개된 몇몇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물건이 거의 없어 보였다. 대단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들을 따라 해야 하는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에 맞게 살아간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서 실천하고 알맞은 정도를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1인 가구가 아니고 평범한 성향을 가진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나 혼자 미니멀리즘에 푹 빠져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살고자 한다. 그러니 나에게 맞는 미니멀라이프가 따로 있다.
미니멀리즘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남기고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물건의 과잉시대에 살다 보니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광고 속에서 허우적대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하면서 살고 있었다. 어느 순간 집안에 가득 찬 잡동사니들이 버거워 물건을 줄이기 시작했다.
많은 물건을 비웠지만 전부 버린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버려야 할 쓰레기와 쓰레기가 아닌 것부터 분류해 정리했다. 수리가 불가능하고 수명이 다한 물건들은 먼저 비웠다. 누군가에게 팔 수도 없고 기증을 할 수도 없는 것들을 비우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 유통기한이 지나 사용할 수 없고, 상해서 먹을 수 없는 음식들, 제때 처리하지 못해 상태가 나빠진 옷 등은 눈물을 머금고 버렸다. 청소할 때 사용하거나 최대한 마지막까지 사용하려고 애를 쓰긴 했지만 그 물건 본연의 쓰임을 다 하지는 못하고 방치되었던 물건들은 버리게 되었다.
그다음에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닌 물건들을 처리하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 전부 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버릴 수 없었다. 그 물건의 원래 가격도 떠올랐지만 꼭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멀쩡한 물건을 버리자니, ‘이게 얼마 짜린데’ 하는 본전 생각도 났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증, 나눔, 중고거래 등등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물건을 비울 수 있었다.
한꺼번에 버려 버렸다면 에너지가 훨씬 절약되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물건들을 함부로 사지 않았다면 이런 수고를 겪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을 감수하면서 전부 다 버리지 않고 처리했다. 앞으로도 쓰레기로 방출하는 것에는 생각을 오래 해 보려고 노력한다.
버리면 내 눈앞에서는 사라진다. 집에서 없어지므로 속이 시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쓰레기가 되어 지구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것이다. 마음이 편치 않아야 한다. 나도 매일 물건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아끼고 줄여 나가야 한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면 응당 침대를 버리고 바닥에서 이불을 깔고 사용 후 이불을 개어 장안에 넣고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살아야 함은 아니다. 허리가 아픈 사람은 소파와 침대가 필수일 것이다. 손목이 아픈 사람은 무거운 무쇠나 스텐 소재의 주방용품을 사용하기 힘들 수 있다. 가족들은 각기 다 취향이 달라 혼자 독립하지 않는 이상 냉장고 속의 식품도 다양하고 옷장에 옷도 많다.
그리고 물건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미니멀리즘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면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품 또한 없다. 이제는 비우는 것보다는 새로 사는 것에 더 신경이 쓰인다. 무작정 물건을 들이지 않는다. 솔직히 앞으로 기본적인 식품이 아니고서야 꼭 구입해야 하는 물건이 당분간 없을 것 같다.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고 해서 망설여지는 물건들까지 전부 버릴 필요는 없다. 미니멀라이프 풍의 인테리어를 위해 새로운 물건을 구입할 필요도 없다. 그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쓰임이 다 할 때까지 아껴서 잘 사용하고 또 필요한 물건만 새로 들여야 한다. 기본 신념이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이 사고 싶고 신제품을 보면 검색의 달인이 되어 기능을 싹 조사하면서 사야 할 이유를 만들기 때문이다.
극한의 상황이 되면 작은 것 하나도 소중하다. 여행을 떠나거나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물건들 중에 일부만을 가지고 떠나야 한다. 하지만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평소에도 극단적인 미니멀라이프를 살아가지는 못하더라도 그때의 홀가분한 감정을 기억하면서 많이 가지고 있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려고 한다. 전부 버릴 수는 없지만 아무리 아끼는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인생의 마지막에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고 다른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집안을 정리하고 가지고 있는 재료들로 요리를 해 먹는다. 몸을 치장하는 데 돈과 시간을 쓰기보다는 내면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인다. 전부 버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을 남기고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