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찾던 미니멀리스트가 갑자기 협찬을 받기 시작하고 물건을 팔게 되어 왠지 모르게 서운한 적이 있는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고 남들이 어떻게 살든 그 방식에 대해 내가 뭐라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용히 구독을 취소하게 되는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미니멀리스트인가. 한창 채식을 할 거라고 까불 때 채식업체에서 한 번 협찬 제의가 들어왔다. 콩고기 같은 제품이었던 것 같은데 공짜로 받고 블로그에 리뷰를 써 주는 일이었다. 나는 채식을 잘하고 싶었던 때라서 평소 나의 생각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제품을 받아서 먹어보았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우울했던 경험이 있다. 그 후로도 몇 가지 자잘한(?) 협찬제의가 있었는데 다 거절했다. 그때 내 리뷰를 본 사람들도 조금은 서운하지 않았을까.
미니멀리스트라고 글을 쓰고 다니면서 집안에 물건은 상대적으로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3인이 살고 있으니 물건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물건을 많이 줄였고 내가 쓰는 물건들을 최대한 아껴 쓰고 추가적인 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사용하는 물건은 여러 개 쟁여놓고 쓰기도 한다. 세제나 샴푸, 비누 등 당분간 새로 살 필요가 없을 만큼 많은 양을 자랑하는 생필품들도 있다. 진정한 미니멀을 실천한다고 볼 수 있는가.
로봇청소기가 위시리스트에 있다.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빗자루로 바닥을 쓸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쓰고 있는 청소기의 배터리 수명이 오래되어 짧은 시간밖에 작동하지 않지만 버티고 있다. 고민해 보았지만 최종적으로는 돈을 모아 로봇청소기를 구입하고 청소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고 싶다고 희망한다. 유행을 따르는 것을 비판하면서 최신 가전제품에 기웃거리는 나의 태도는 어떠한가.
누구에게나 일종의 허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억지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해 멀쩡한 가전과 가구를 미니멀라이프 스타일로 바꾸는 일이 그러한 예이다. 나는 물건을 비우고 버리는 것이 이제 좀 두렵다. 끝까지 쓰임을 다 할 때까지 쓰고 제대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분리수거를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 눈앞에 사라진다고 해도 지구 어딘가로 가서 버려지고 환경을 파괴하고 쌓일 것이다. 그래서 사용하는 제품의 수를 줄이고 최대한 지구에 흔적을 덜 남기는 방향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완전무결한 존재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좀 더 줄여 나간다. 나는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덜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고 싶다는 다짐을 한다.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카페에 가야 하기에 텀블러를 챙겨갔다. 좋아하는 과자도 1+1으로 샀지만 택배배송을 받지 않고 픽업했다. 나름의 선을 지키면서 살아간다.
물건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집중하고 나를 돌본다. 그동안 몰랐던 나의 취향과 기호를 탐색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요즘엔 건강에 관심이 많다. 생전 안 하던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자 신경을 쓰고 있다. 말도 아끼고 험담하기를 줄였다.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글을 쓰고 있지만 남들에게 먼저 다가가 강요하지 않는다. 내 글에 관심이 있고 미니멀리즘이라는 주제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나도 가짜가 아니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기 위해 다꾸용품을 구입했다. 내 기준으로 제법 큰돈을 썼지만 아까워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투자를 좀 하는 것도 괜찮기 때문이다. 가족의 기념일에는 외식을 하기도 하고 1+1 휴지도 구입한다. 단순히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편하고 좋아서 나에게 맞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관찰하고 반성해 본다. 미니멀리즘을 알고 실천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한때는 극단적으로 물건을 줄였다가 또 물건을 쟁이기도 하는 이상한 미니멀리스트다. 하지만 본질을 잊지 않도록 노력한다.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고 세상이 다르게 보였던 처음의 그 감정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에 항상 배워 나가면서 나를 진짜에 가깝게 만들어 보겠다. 겸손한 자세로 줄이는 삶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