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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

by 이재이



나는 집에서 살림을 맡아서 하고 있다.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 등의 집안일뿐만 아니라 가정이 유지되기 위해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일들이 제법 많다. 세금, 생활비, 대출과 관련한 집안의 경제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먼저 경제적인 부분에 책임감이 생겼다. 빚을 지는 것이 부담스럽고 이자가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절약을 하고 빚에서 해방되는 걸 추구하게 되었다. 좀 더 기민해지려고 노력했고, 경제적인 생활방식과 절세방법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나는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하면서 산다. 루틴대로 생활하길 바라고 계획에 없는 일을 갑자기 해야 할 때 불쾌감을 느낀다. 어떤 사람은 나보고 피곤하게 산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나를 존경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나보고 완벽주의자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믿음직스럽다고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모든 것은 바뀐다. 그런 나 자신을 나 스스로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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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신념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주변에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데 쌓여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한편 무작정 내가 좋아하는 대로만 살지 않고 내 이상을 향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일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이 우수하고 디자인이 단순한 제품들을 선호한다. 블랙, 화이트, 그레이 등의 무채색을 좋아한다. 몸에 꽉 끼지 않고 편한 옷차림이 좋다. 글쓰기, 독서, 필사를 하면서 마음의 평온함을 느낀다. 집은 깔끔하게 청소하고 안정감을 주는 공간을 추구한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환경을 싫어한다. 알록달록한 색은 부담스럽다. 불안감을 떨치려고 노력한다. 불행을 토로하고 화가 많은 사람과의 만남은 피하게 된다. 미적인 것만을 추구하거나, 불편하지만 무작정 참는 일도 지양한다. 과시를 위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 잘난척하고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나 자신을 바꿔야 하는 부분도 있다. 건강을 위해 내가 싫어하던 운동을 해야 한다. 편리한 간편식보다는 귀찮지만 신선한 야채를 손질하여 꾸준히 요리를 해야 한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에 대해 무던한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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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한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다 보니 나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일은 가장 신기한 경험이었다. 성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가 주변과 상황에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즐기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단순했다.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었다. 기록하고 배우는 일들은 나를 조금씩 좋은 쪽으로 발전시켰다. 우울한 일이 생길 때마다 책을 통해 위로받고 글을 쓰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면 요동치는 마음이 가라앉았다.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주변이 정돈되고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생겼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은 매우 드물다. 그래도 시간을 쪼개어 나를 들여다본다. 찬찬히 살피면서 나에게 관심을 가진다. 과하지 않고 적당히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면서 나를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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